[전문가 기고] 사법부가 이상하다

봉정현 법률사무소 세종로 대표변호사 사진법률사무소 세종로
봉정현 법률사무소 세종로 대표변호사 [사진=법률사무소 세종로]
사법부가 이상하다. 근래 목격되는 국민들의 탄식이다. 법원의 최근 판결들이 과연 법리에 부합하며, 일관성 있고, 논리적 정합성을 갖췄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잇따르는 판결들로 인해,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 여겼던 사법부를 향한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김건희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다. 재판부는 사실상 거의 무죄를 선고했다. 우인성 판사였다. 크게 3개의 혐의다. 첫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일부 행위는 포괄일죄를 인정하지 않아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면소 판결했고, 이에 해당하지 않은 행위는 시세 조정 행위에 대한 인식은 있어도 공동실행의 의사가 없어 공동정범이 성립되지 않기에 무죄라 선고했다. 주가조작 세력과 소통한 소위 7초 매매 증거가 있음에도,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자본시장법 위반은 전부 무죄라 판단한 것이다.

둘째, 명태균의 여론조사 무상제공 사건도 전부 무죄였다.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을 공천해준 것이 드러난 "그거(공천)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당에서)"라는 녹음 파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영선 공천은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 토론을 거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여론조사와 관련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것도 무죄의 근거가 되었다.

셋째, 통일교의 금품수수 사건만 일부 무죄였다. 대선 승리 직후 도와줘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한 김건희가 도리어 '샤넬백'이라는 명품 선물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청탁이라 볼 수 없다며 대통령 당선 직후 받은 선물은 무죄라고 했다. 정치인은 이제 당선 직후 축하 선물을 받아도 된다는 것인가? 김건희 사건은 소위 빼박 행위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부 무죄였다. 법 논리를 떠나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도 쉬이 납득되지 않는다.

우인성 판사의 다른 판결 중에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가 소년원 출신이라는 허위 의혹을 제기한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김세의와 강용석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사건도 있다. 하지만 2심에서 유죄로 뒤집혔다. 이렇듯 우인성 판사는 스스로 밝힌 바와 같이, 보다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는 성향을 가진 것일까?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소위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역시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이성만에게는 유죄를 선고한 이가 우인성 판사였다. 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뿐만 아니라, 진실화해위원회가 중대한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재심을 권고한 과거사 사건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이도 우인성 판사였다. 심지어 원심 자료도 확보하지 않고, 심문기일을 지정해 달라는 요청도 묵살하며 단 한 번의 심문도 없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김건희 사건의 재판 선고에 앞서 한자성어와 라틴어까지 쓰며 '피고인의 이익'을 강조한 그가 정작 피고인의 이익이 필요한 사건에선 '검사의 이익'을 지킨 것이다.

명태균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다. 재판부는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인택 판사였다. 명태균이 받은 돈이 차용금의 변제 내지 정당한 급여라며 무죄라 하였다. 돈을 받을 때마다 차용증을 작성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도 했다. 무죄의 근거가, 우인성 판사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김인택 판사는 계약서를 작성했기 때문이었다. 당혹스럽다. 김인택 판사는 판사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면세점 명품 수수에 의한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약식기소된 상황이었다. 자신도 금품을 수수해 벌금형을 받은 판사가 세비 절반과 공천 대가의 돈을 받은 명태균에게 무죄를 선고할 수 있게 방치한 것이 정상인지 국민들은 어리둥절하다.

사법부의 이상한 모습은 이미 있었다. 내란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을 한 번도 적용된 적 없던 논리로 구속취소해 풀어줬던 지귀연 판사가 있었고,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기록 6만 쪽을 '이틀' 만에 다 보고서 무죄의 2심을 뒤집은 조희대 대법원이 있었다. 이 재판의 주심이 박영재 대법관이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한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되었다. 이러한 소식에 이젠 단신이 돼버린 곽상도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50억 원 뇌물 무죄와 공소기각 판결까지 생각하면 사법부가 이상하다는 국민들의 탄식이 이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보편적인 상식,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판결들로 인해 사법개혁의 요구가 빗발친다. 법왜곡죄의 신설, 법원의 재판도 헌법소원의 대상에 포함하자는 재판소원의 도입, 엘리트 법관 중심의 법원행정처를 비법관 중심의 사법행정위원회로 대체, 국민참여재판의 확대 내지 배심원제의 도입 등이 논의된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에 앞서 여기서는 사법개혁의 요구가 어디서 왜 시작됐는지를 확인하고자 한다. 사법부는 사법부 독립을 외치지만, 사법부의 독립은 공정한 재판을 전제로 지켜진다. 따라서 전 국민적 사법개혁의 목소리는 다름 아닌 사법부 스스로가 자초한 셈이다.

우리 사법부의 흑역사로 인혁당 사건이 있다. 1974년 박정희 정권 당시 중앙정보부가 고문과 가혹행위로 만든 인혁당 연루자들에게 대법원이 1975. 4. 8. 사형 확정판결을 내리고, 단 18시간 만에 8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다. 이를 본 국제법학자협회는 사형을 집행한 1975. 4. 9.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선포했다.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죽었다’는 국제적인 선언이었다. 우리 사법부의 어두운 과거사다. 하지만 이것이 과거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근래 판결들이 가리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사법부가 이상하다. 이렇게 탓하는 국민들을 비난하지 말라. 사법개혁의 필요성은 사법부 스스로가 증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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