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지구촌을 둘러보면 정상적인 나라보다 비정상적인 나라들이 더 많다. 정상적이지 않은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은 갈수록 저질 정치가 판을 치고 이로 인해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점이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를 교묘하게 자극해 대중영합적 정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늘어나지 않고 고여 있는 파이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진영으로 나누어져 아귀다툼한다. 정치가 좌와 우를 넘나들면서 기업과 노동자는 물론이고 환경과 문화를 두고도 대척점에 있는 부류들이 이권을 독점하기 위한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이로 인해 경제의 지속성이나 일관성이 없어지고 손바닥처럼 뒤집힌다. 내부 갈등에 더해 외부의 친구와 적에 대한 구분도 수시로 바뀌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때로는 외부의 날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만 보더라도 정상은 아니다. 2차 대전 이후 1차 냉전 당시 상대인 구(舊)소련을 제압할 때까지만 해도 기고만장했다. 하지만 그 이후 20여 년 만에 미국이 개방으로 끌어냈던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고양이를 호랑이로 키우면서 상대에게 물릴 판이다. 플랫폼(빅테크)과 금융만 쥐고 있으면 세계 경제를 호령할 수 있다는 착각이 현재의 위기를 자초했다. 아킬레스건은 심각하게 무너져내린 제조업이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의 위협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의 리더십도 크게 흔들린다. 중국은 확실한 세계 1등이 없는 태양광·고속철·전기차·원자력·로봇·AI 등에 미래 분야에 집중하면서 차근차근 우월적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희토류 등 핵심 광물 공급망까지 중국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훨씬 더 위력을 발휘, 미국보다 중국의 눈치를 보는 국가가 늘어나는 판이다.
정상에서 멀어지다 보니 트럼프와 같은 이질적 정치인의 등장은 필연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인의 바람대로 과연 그가 제조업을 부활시키고 과거 영광을 재현해낼 수 있을까. 이에 답하자면 정확히 아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의 속도를 늦추는 데도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사단의 가장 큰 약점은 너무 즉흥적이고,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치고 있는 점이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거의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어 부작용이 속출한다. 동맹이나 비동맹 구분 없이 일방적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정조준해 ‘트럼프판 오일로드’와 동맹국을 중심으로 ‘핵심 광물 블록’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서방과의 외연적 갈등 확대로 속력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중국은 표면적으로 여전히 강하다. 상대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유럽·일본 등 서방 국가들이 죽을 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실용주의가 국가 생산성에서 앞선다. 미국이 법률가의 나라라면 중국은 엔지니어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사회주의 국가가 기술과 경제 전쟁에서 더 돋보인다. 하지만 이런 객관적인 평가 이면에 중국 지도부의 강권 통치로 인한 민심 이반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중국이 일시에 망하지 않더라도 서서히 추락한다면 그 이유는 외부에서보다 내부에서 생겨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군 지도부 숙청과 더 강화되고 있는 부정부패 단속은 시진핑 4 연임 추진과 맞물려 있는 듯하다. 미·중 갈등 격화와 트럼프 현상은 시진핑의 등장이 배경이다. 그의 집권 장기화는 서방 블록의 결집을 키워주면서 역설적으로 중국의 패권 가도가 훨씬 험난해질 것이라는 예고를 새겨들을 만하다.
‘비정상의 일본’을 정상 국가로 만들어가려는 일본의 유권자 혁명
일본의 변신은 다시 세상을 놀라게 한다. 특히 우리에겐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유권자들이 더 강한 일본을 만들어줄 정치를 선택했다. 강해지기 위해서는 강한 경제로의 부활이 필연적이며, 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다카이치 총리에 힘을 실어줬다. 출발은 최약체로 평가되었지만, 일거에 최강 총리로 등극했다. 미국과 중국의 평가도 상반된다. 미국은 선거 기간에도 간접 지원하였고, 다시 미·일 황금시대의 도래를 환영한다. 강한 일본은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함을 강조한다. 반면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명백하게 드러냈다.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시진핑의 중국이 아베에 이은 다카이치의 일본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묘한 시기에 나온 일본의 변화는 우리에게도 복잡한 방정식이 될 것이 확실하다.
이렇듯 세상은 비정상과 정상이 교차하면서 때로는 이들의 경계가 모호해 혼돈이 가중한다. 그렇다고 아무리 후하게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이 정상보다는 비정상에 가깝다. 정치권이 한 치의 양보 혹은 타협하지 않고 극한 대립을 보이다가 느닷없는 계엄으로 정국 주도권이 일시에 반전되었다. 시대착오적인 계엄 세력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하지만 정권을 쟁취한 이들의 기고만장한 행위가 그칠 줄을 모른다. 정치가 사법과 행정을 억누르면서 민주주의의 본질이 크게 흔들린다.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아 씁쓰레하다. 사법부에만 맡겨 놓기가 불안해 무리한 특검을 비롯해 갖은 무리수를 두고 있는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이다. 외부 세계도 한국 내부를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다.
미국과 관세 협상을 한 나라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이 유독 한국만 꼬집어 합의를 무시하고 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단다. 대미(對美)투자법 실행 지연이 원인이라지만 다른 이유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보인다. 단기적으로 관세 효과가 미미하니까 트럼프 사단이 만만한 한국을 압박,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듯하다. 나라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외부에서도 업신여긴다. 안에서는 치고받고 싸우더라도 국익이나 안위가 걸린 바깥 세력과 대응에는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이다. 내부가 분열되어 있으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외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역이용한다. 한국 사회의 비정상은 이미 도를 넘어 정상을 압도한다. 민간은 공공 부문의 우월적 지위에 눌려 있고,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는 하늘을 찌른다. 정치가 시장의 논리와 공정성을 무시하면 혁신은 실종하고 역성장의 늪에 빠진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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