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P 데스크 칼럼] 카카오 대화창에서 예약까지… 한국은 이미 'AI 에이전트 시대'로 가고 있다

“강남에서 조용하면서 가성비 좋은 와인바 추천해줘.”

주문이 들어가면 곧바로 후보가 뜬다. 사진과 설명이 붙고, 카카오톡 예약하기와 연동된 매장에는 즉시 ‘예약하기’ 버튼이 따라온다.

검색을 거치지 않는다.브라우저를 열지 않는다. 비교 사이트를 돌 필요도 없다.

국민 대부분이 쓰는 메신저 안에서 새로 선보인 ‘카나나 인 카카오톡’ 서비스다.

대화창 안에서 탐색, 선택, 예약까지 끝난다. 이것이 바로 에이전트형 AI다.


한국은 지금 이 전환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와이즈앱·리테일 조사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챗GPT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2,162만 명이다. 인구 5천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10명 중 네 명 이상이 사용한다는 의미다. 퍼플렉시티, 클로드, 제미나이, 코파일럿, 그록 등을 합치면 생성형 AI 사용자는 사실상 성인 인구의 절반에 가까워진다. 

성장 속도는 더 가파르다. 2025년 3월 509만 명이던 챗GPT 사용자가 11월 2,162만 명으로 늘었다. 5개월 만에 300% 이상 증가다.
유료 구독 매출 기준으로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높다.  AI를 체험하는 수준이 아니라, 돈을 내고 쓰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뜻이다.  

MS 산하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 보고서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의 생성형 AI 채택률은 글로벌 평균과 미국을 웃돈다. 단기간 누적 성장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속도만 보면 한국은 선두권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검색을 했다. 키워드를 입력하고, 여러 페이지를 열어보고, 비교하고, 스스로 판단했다.

AI 시대에는 다르다. 질문을 하면 요약이 나온다. 비교표가 정리된다. 결론이 제시된다.

에이전트 단계에서는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예약하고, 결제하고, 신청까지 이어진다.

정보 탐색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외주화다. 

이미 고급 지능 노동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법률계에서는 계약서 검토, 판례 요약, 초안 작성을,  금융계에서는 투자 메모, 재무 모델링, 리포트 초안을, 의료계에서는 영상 판독 보조, 문헌 검색, 진단 후보 제시를,  마케팅계에서는 카피 작성, 데이터 분석, 캠페인 기획을 대신한다. “AI는 도구일 뿐”이라는 말은 점점 현실과 어긋난다. 도구가 아니라 공동 작업자, 나아가 대행자다.  


시장도 달라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AI 모델에 어떻게 노출되는지를 분석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SEO(검색엔진최적화)에서 AEO·GEO(답변·생성엔진최적화)로 넘어가고 있다. 

사람이 구글 첫 페이지에서 우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AI가 답변 속에 우리 이름을 넣도록 만드는 경쟁이다. 이제 기업은 소비자를 설득하는 동시에, 로봇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다면 개인은 어떤가. 네비게이션을 생각해 보자.

낯선 도시에서는 네비를 켜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동네 골목까지 네비를 켜면, 어느 순간 길을 기억하지 못한다.

AI도 비슷하다. 모르는 분야에서 쓰는 것은 생산성을 높인다. 그러나 아는 분야에서도 습관적으로 묻기 시작하면 판단 능력은 약해진다.
특히 에이전트형 AI는 “왜 이 선택인가”를 깊이 묻지 않아도 결과를 완료해버린다. 

우리는 점점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 소비하게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추상적 공포가 아니다. 구체적 원칙이다.

AI가 만든 문서·보고서·분석은 명확히 표시하고, 숫자와 인용은 반드시 원 자료로 교차 검증하며, 최종 책임과 서명은 사람에게 남겨야 한다.  

교실에서는 답을 빨리 찾는 법이 아니라, AI 답변을 해부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사무실에서는 툴 숙련이 아니라,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과 맥락을 읽는 힘을 키워야 한다. 

AI는 속도를 준다. 그러나 방향은 주지 않는다.

한국은 가장 빠르게 AI를 도입하는 나라다. 이 속도가 기회가 되려면 조건이 하나 필요하다.
 
기계를 잘 쓰는 나라가 아니라, 기계를 써도 판단을 잃지 않는 나라.

카카오톡 대화창에서 예약까지 끝나는 시대.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편리해지고 있는가,
아니면 대신 생각해 주는 시스템에 점점 의존하고 있는가.
쳇GPT 생성 이미지
쳇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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