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이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6 세계 최고 병원(World’s Best Hospitals 2026)’ 평가에서 26위를 기록했다. 국내 병원 가운데 1위다.
26위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꽤 잘했네” 정도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분모를 보는 순간 무게는 달라진다. 이번 평가는 전 세계 약 2,400개 병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26위는 상위 1%대에 해당한다. 이는 단순한 국내 최고가 아니라 세계 최상위권 병원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는 뜻이다. 한국 의료가 글로벌 1군 무대에 서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상징적 숫자다.
상위권 병원들의 면면을 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1위는 메이요 클리닉, 그 뒤를 클리블랜드 클리닉,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카롤린스카 대학병원 등이 잇는다. 이 병원들은 명의 몇 사람의 이름값으로 유지되는 곳이 아니다. 연구 역량, 데이터 축적, 환자 경험 관리, 감염 통제 체계, 품질 관리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구조 속에서 세계 최고수준을 유지해왔다.
의료의 경쟁 방식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뛰어난 의사가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병원의 시스템이 중심이다. 진료 프로세스의 표준화, 검사 결과의 정확성과 속도, 환자 만족도 관리, 의료 성과 지표의 체계적 분석이 병원의 순위를 좌우한다. 세계가 평가하는 것은 결국 ‘의술’과 함께 ‘시스템’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올해 26위로 오른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30위에서 네 계단 상승했다. 상위권에서는 한 계단 오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네 계단 상승은 단순한 행운이나 평가 방식의 변화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 이면에는 오랜 기간에 걸친 체계 개선과 축적이 있다.
병원은 사람을 살리는 공간이다. 그러나 위대한 병원은 구조를 설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응급실 운영의 효율성, 진료 과정의 투명성,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환자 경험의 세밀한 관리가 동시에 작동할 때 의료의 질은 안정된다. 병원은 이제 단순한 치료 기관이 아니라 복잡한 시스템 조직이다.
이 변화의 과정에는 선진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2011년 삼성은 기업 경영 경험을 가진 윤순봉 사장을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겸 의료사업 일류화 추진단장으로 임명했다. 의료인이 아닌 전문경영인의 영입은 당시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삼성 측은 “의료사업 일류화”를 내걸고 병원 운영 전반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 실장과 삼성석유화학 대표를 지낸 전문경영인이다. 그의 역할은 의료 행위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 전체의 운영 체계를 점검하고 성과 관리와 품질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있었다. 환자 중심 운영, 서비스 혁신, 체계적 관리 구조를 통해 병원을 ‘시스템 조직’으로 다듬는 작업이었다. 오늘의 성과를 특정 개인의 공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병원이 선진적 관리 체계의 기틀을 마련하려 했던 시도가 이후 경쟁력의 기반이 된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26위의 진짜 의미는 순위 그 자체에 있지 않다. 한국 의료가 이제 단지 환자를 잘 치료하는 단계를 넘어, 구조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신호에 있다. 의료는 복지의 영역이면서 동시에 산업의 영역이다. 글로벌 평가에서 상위 1%에 들어섰다는 사실은 국가 경쟁력의 또 다른 지표다.
이제 질문은 분명하다. 삼성서울병원은 상위 1%에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더 높은 목표를 세워 글로벌 10위권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세계 의료의 무대는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헬스, 정밀의학이 경쟁의 축이 되고 있다. 시스템의 고도화 없이는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어렵다.
의료의 시작은 의사의 손끝이다. 그러나 그 경쟁력의 완성은 시스템에 있다.
26위는 자랑으로 끝낼 숫자가 아니다.
다음 목표를 묻는 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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