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제대로 알려면 무엇을 봐야 할까. 많은 투자자들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적힌 손익계산서를 먼저 펼치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자료가 있다. 실제 돈의 이동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현금흐름표는 기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영업활동, 투자활동, 재무활동 세 가지 흐름을 함께 보면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먼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의 본업에서 돈이 들어오고 나간 결과다. 제품을 팔고(매출), 용역을 제공해 현금이 들어오고 원재료를 사거나(매입) 급여를 지급하며 돈이 빠져나간다. 법인세 납부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항목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본업에서 현금이 창출되지 못하고 오히려 빠져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장부상 이익이 나더라도 외상 매출이 늘거나 재고가 쌓이면 현금은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이익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로 불린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미래를 위한 지출을 담는다. 공장을 짓고 설비를 들이며 다른 회사 지분을 사거나 무형자산에 투자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취득, 투자금융자산 매입, 대여금 지급 등이 대표적이다. 이 항목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기업이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현금을 쓰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현금흐름이 음수라는 것이 반드시 나쁜 신호는 아니다. 다만 어디에 투자하는지, 영업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하는지 아니면 다른 재원에 기대는지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돈을 어떻게 조달했는지를 보여준다. 차입금 증가, 회사채 발행, 유상증자 등은 현금 유입으로 잡힌다. 반대로 차입금 상환이나 배당 지급은 현금 유출이다. 만약 영업과 투자활동은 모두 마이너스인데 재무활동만 플러스라면 어떨까. 이는 본업에서는 돈을 벌지 못하면서도 외부에서 빌리거나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신호다. 쉽게 말해 벌어서 쓰는 구조가 아니라 빌려서 투자하는 구조다.
이 경우 겉으로는 공격적 투자로 보일 수 있지만 외부 자금에 의존하기에 무리한 투자가 될 수 있다. 투자가 성과로 이어져 향후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된다면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만 기대만큼 수익이 나지 않으면 차입 부담만 남게 된다. 특히 설비·부동산 등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자산에 집중 투자했다면 현금 회전 속도는 더 느려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세 가지 흐름의 균형이다. 영업에서 벌어들인 현금이 투자로 이어지고, 부족한 부분만 재무활동으로 보완하는 구조라면 비교적 안정적이다. 반대로 영업은 부진한데 투자와 차입이 동시에 늘어난다면 재무 구조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현금흐름표의 숫자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방향성과 조합을 읽어내면 기업의 전략과 위험 수준까지 가늠할 수 있다.
기업의 진짜 모습을 보려면 손익계산서의 이익 숫자에 머물러선 안 된다. 영업에서 돈을 벌고 있는지, 그 돈으로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지, 부족한 자금은 어디서 메우고 있는지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 현금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기업의 체력과 자금 구조, 그리고 잠재된 위험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익은 회계 처리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현금의 이동은 쉽게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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