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가상자산 업계가 주류 금융권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가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의 규칙도 빠르게 바뀌는 모습입니다. 특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에 힘을 실어주며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테이블코인을 예치해 예금처럼 이자를 받는 문제를 두고 전통 금융권과 가상자산 업계 간 논란이 일자, 가상자산 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는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지니어스 법(Genius Act)은 은행들에 의해 위협받고 약화되고 있으며, 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한국 역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와 정치권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내용을 담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최종안 도출을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 법안은 미국에 비해 규제와 통제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으나,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 합니다.
동시에 국회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해 이른바 '핀플루언서'(Finfluencer)와 'KOL'(Key Opinion Leader)이라 불리는 무자격 투자 조언자들을 정조준하고 나섰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핀플루언서 '코인 보유량·수령 대가' 의무 공개화…선행 매매·시세조종 원천 차단
우선 핀플루언서와 KOL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식과 부동산, 암호화폐 등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 조언을 하는 개인이나 집단을 말합니다. 이들에게는 정식 투자 중개업자나 투자 자문업자처럼 법적으로 정해진 자격 요건이나 윤리 기준이 없어 부적절한 권유나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익 100% 보장', '000 코인으로 인생 역전' 같은 자극적인 문구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부당한 시세차익을 챙기는 구조가 고착화됐습니다.실제로 가상자산 시장에서 프로젝트 측이 KOL에게 광고를 의뢰하는 방식은 매우 정교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KOL에게 홍보를 맡기면서 해당 코인을 시장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미리 매수할 수 있는 '특혜'를 제공하는 식입니다. 매도할 때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수개월씩 적용되는 락업(보호예수) 기간을 KOL에게만 특별히 짧게 설정해줘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심각한 이해상충을 불러옵니다. KOL이 해당 코인의 장점을 늘어놓으며 개미 투자자들의 매수를 유도하면 고점에 달했을 때, KOL은 미리 헐값에 받아둔 물량을 대량으로 매도하며 빠져나갑니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KOL만 믿고 투자에 동참한 일반 투자자들은 갑작스러운 폭락을 겪으며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이 같은 문제는 실제 사건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4일에는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거래량을 부풀리고 시세를 조종해 약 71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코인 운용사 대표도 있었습니다. 해당 대표는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이와 같이 정보 비대칭성을 악용한 관행을 원천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사업자 외의 자는 간행물·출판물·통신물 또는 방송 등을 통해 개별성 없는 투자 조언을 반복하며 매매를 유인'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습니다.
핀플루언서들과 KOL들이 해당 행위를 할 경우에는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의 종류와 수량을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대가를 받고 특정 코인 매매를 유인했을 때 '수령한 대가'까지 공개하게 했습니다.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악용한 '뒷광고 코인'과 '먹튀' 관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됩니다.
만약 이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위반 행위로 얻은 부당이익, 회피한 손실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부당이득 산정이 어렵거나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이 5억원 이하인 경우 최고 5억원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이미 해외 주요국들은 같은 사안에 대해 초강력 제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은 금융상품을 홍보할 경우, 최대 2년의 징역형과 벌금 상한선이 없는 '무제한 벌금'에 처합니다. 프랑스는 2023년부터 핀플루언서 자격인증 제도를 도입해 '검증된 사람'만 활동할 수 있게 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영향력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긴 이들에게 수십억 원 대의 벌금을 물리며 시장 질서를 바로잡고 있습니다.
법안이 시행되면 텔레그램이나 유튜브 등지에서 불투명하게 이뤄지던 투자 권유 행위가 제도권의 감시망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추천인의 주관적인 조언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조언자가 보유한 자산의 규모와 수령한 대가 관계를 직접 확인함으로써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며 신중히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투자자 보호 장치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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