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전날 20만3027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이로써 총 누적 관객 수는 1170만6746명을 넘어섰다. 앞서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31일째인 지난 6일 오후 6시 32분께 누적 관객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24년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범죄도시4' 이후 약 2년 만에 탄생한 1000만 영화로, 한동안 정체돼 있던 극장가에 다시금 강한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의 계보를 잇는 역대 네 번째 사극 1000만 영화라는 금자탑까지 쌓으며 사극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투자배급사 쇼박스 측은 "'왕과 사는 남자'를 응원해주시고 극장에서 함께해주신 모든 관객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 관계자는 "연휴를 맞아 극장에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는 풍경이 어느새 낯설게 느껴지는 시기가 된 만큼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들 발걸음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며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2년 만에 1000만 영화가 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은 침체된 극장가 전체에 적지 않은 안도감을 안겼다. 벼랑 끝에 섰던 극장가 전체에 모처럼 생기를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좀처럼 회복의 탄력을 얻지 못했던 극장 산업 입장에서는 전 세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은 한국 영화의 등장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함께 본다'는 경험이 폭넓게 작동했다는 점에서 이번 흥행은 산업 전반에도 상징적인 신호로 읽힌다.
설 연휴는 흥행에 결정적 분수령이 됐다. 지난 2월 13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진 연휴 기간에만 267만5454명을 동원하며 7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수성했다. 특히 설 다음 날인 17일에는 하루에만 66만1449명을 모았다. 2020년 3월 팬데믹 이후 설 연휴 일일 최다 관객 수 기록을 갈아치운 수치다.
극장 관계자는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 등 한국 영화들이 지난해 외화에 내줬던 명절 대목 주도권을 되찾아온 시즌"이라며 "정통 사극이 남녀노소 전 세대 가족 관객을 불러모으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왕과 사는 남자'가 보여준 흥행 구조의 특이성이다. 최근 극장가에서는 특정 타깃층이 분명한 애니메이션이나 공연 실황, 혹은 강한 스타 팬덤을 업은 작품들이 상대적으로 선명한 성과를 내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왕과 사는 남자'는 설 연휴라는 전통적인 대목에서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움직이는 가족 단위 관객을 폭넓게 끌어안으며 먼저 흥행의 저변을 넓혔다. 특히 전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정통 사극의 대중성을 바탕으로 관객층을 넓힌 뒤 박지훈을 비롯한 배우들을 향한 팬덤 열기와 무대인사를 중심으로 한 현장 반응이 더해지면서 또 다른 관람 수요가 빠르게 증폭됐다. '가족 영화'로서 관객층 바닥을 넓히고, '팬덤 영화'처럼 열기를 끌어올린 드문 흥행 사례인 셈이다.
그 중심에는 작품 완성도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들의 '역대급' 무대인사가 있었다. 박지훈, 유해진, 유지태, 전미도를 비롯해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 이준혁까지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합세한 무대인사는 매회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열기를 뿜어냈다. 단순히 인사를 건네는 수준을 넘어 관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호흡한 배우들의 진정성 있는 태도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는 기폭제가 됐고 관객의 자발적인 N차 관람으로도 이어졌다.
현장에서 만난 여성 관객 김모씨는 "배우들의 적극적인 무대인사와 온라인상의 뜨거운 반응을 보며 호기심이 생겼다"며 "배우들의 진심 어린 태도가 N차 관람의 결정적 이유였다"고 말했다.
관객 마음을 움직인 배우들의 진심은 각자 필모그래피에도 기념비적인 기록을 안겼다. 광천골 촌장 '엄흥도' 역으로 극의 중심을 잡은 유해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다섯 번째 1000만 영화를 보유하며 명실상부한 '흥행 보증수표'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권력의 핵심 '한명회' 역으로 서늘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유지태는 배우 인생 첫 1000만 영화라는 기록을 남겼고,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이홍위' 역을 맡은 박지훈은 첫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곧장 1000만 배우 반열에 오르며 충무로를 이끌어갈 새로운 기대주임을 각인시켰다.
김헌식 영화 평론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1000만 영화'라는 점에서 '왕과 사는 남자'는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속편과 프랜차이즈 중심의 흥행 흐름 속에서 오리지널 사극이 설 연휴를 계기로 가족 관객에게 선택을 받으며 외연을 넓히고 여기에 팬덤의 자발적인 결집까지 더해졌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흥행 양상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김 평론가는 극장이 여전히 여러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에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고 봤다.
청령포 풍경 위로 흐르는 촌장과 어린 왕의 밀도 높은 서사, 이를 완성한 배우들의 열연이 빚어낸 '왕과 사는 남자' 신드롬은 단순한 흥행 수치를 넘어 최근 극장가가 좀처럼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까지 함께 증명해냈다. 설 연휴를 발판으로 가족 관객을 끌어안고 배우들을 향한 팬덤의 열기로 상승세를 더욱 가팔라지게 만든 이 보기 드문 흥행 곡선은 당분간 극장가에서 그 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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