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과거처럼 일단 보유한 뒤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전략이 더는 통하지 않으면서 현금 회수와 유동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시장은 빠른 상승기에서 벗어나 조정과 선별의 국면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1일(현지 시각) 베트남파이낸스 등 베트남 매체를 종합하면 베트남 건설부가 발표한 2026년 1분기 주택·부동산 시장 보고서에서 신규 분양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노이는 평균 1㎡당 약 1억2800만 동(약 736만 원)으로, 호찌민시의 약 1억1200만 동(약 644만 원)을 이미 넘어섰다. 응우옌짜이 거리에 들어서는 루미에르 하노이 시즌스 가든(LUMIÈRE Hanoi Seasons Garden)은 1㎡당 1억2000만~1억8000만 동의 예상 분양가를 내놨다. 루미에르는 마스터리 홈즈( Masterise Homes)가 개발하는 고급 주거 브랜드의 일종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이후 하노이 일부 외곽 프로젝트에서는 가구당 수억 동을 깎아 내놔도 좀처럼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동 지역에 사는 A씨는 지난해 집값이 한창 상승기에 산 또 흐우 지역의 방 2개짜리 아파트를 올해 초부터 내놨지만 아직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그는 "예전에는 아파트 가격이 거의 매달 오르다 보니 일단 사 두면 곧 차익을 남겨 되팔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매수자들이 훨씬 신중해졌고 거래 속도가 예전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느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내놓은 가격에서 이미 약 3억 동(약 1725만 원)을 낮췄지만 여전히 팔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부 하노이의 한 프로젝트에 있는 스튜디오형 아파트도 한때 31억 동 수준이던 매물이 최근에는 25억~26억 동까지 떨어진 가격에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 B씨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완전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가격이 더 오를 거라 생각해서 집을 몇 달쯤 더 들고 있겠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지금은 일단 처분하고 현금을 손에 쥐는 것이 가장 큰 목표가 됐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은 2024~2025년의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이 투자 심리를 한껏 자극했지만, 지금은 그만큼 자금에 대한 부담이 한층 무거워졌다고 분석한다. 오랜 기간 레버리지를 끌어 쓴 투자자들은 매달 묵직한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반면, 가격 상승 폭은 이를 메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중개·컨설팅 회사 EZ프로퍼티의 팜 득 또안 대표는 최근 시장의 흐름에 대해 "결국 지금 같은 고점 가격에 매수에 나섰던 일부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현금 흐름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 하노이의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웃돈을 포기하거나 아예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시장의 변화는 자금 흐름에서도 뚜렷하게 감지된다. 글로벌 부동산 중개·컨설팅 회사 세빌스 베트남의 까오 티 타인 흐엉 부국장은 "현재 은행 신용은 실제 주거 수요를 충족시키는 프로젝트, 특히 중저가 주택 부문 쪽으로 점점 더 우선순위가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은행 자금이 실수요 중심, 그리고 중저가 주택 쪽으로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그는 또 "외국인 투자자들은 베트남 주택 시장의 잠재력을 여전히 높게 평가한다"며 "다만 이제는 법적 지위가 명확하고, 실질적인 개발 역량을 갖춘 시행사의 프로젝트를 더욱 까다롭게 골라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 자본 역시 법적 투명성과 개발 역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별 투자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 국영상업은행 BIDV의 껀 반 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 상황을 사실상 '기업 역량 경쟁 국면'이라고 규정했다. 법적 명확성은 물론 공정 준수, 적정한 상품 구성을 두루 갖춘 사업자만이 앞으로 투자 유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관련 업체 G6그룹의 응우옌 안 께 회장 역시 "시장이 조정 사이클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4~2025년에 가격이 시장의 흡수 능력보다 지나치게 빨리 뛰어올랐다"며 지금은 투기 수요가 빠르게 빠지고 시장 자체가 한층 세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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