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값 대란] 업황 부진에 에너지 부담 '이중고'...물류·해운·철도·항공 초비상

  • 중동 여파에 경유 가격 3년 만에 휘발유 추월

  • 물류·운송업계 직격탄...물가 상승 파장 커질 것

  • 항공·해운도 긴장…물동량 감소·수익성 악화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를 비롯한 유류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날보다 L당 473원 오른 1천8358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천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 18일1천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를 비롯한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서민 연료'로 불리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뛰어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며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기 둔화로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비용 부담까지 가중되면 물류·해운·철도·항공 등 운송 산업 전반의 실적 방어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9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전국 주유소의 ℓ당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5.3원 오른 1900.7원이다. 같은 시간 경유 가격은 6.1원 상승한 1923.8원으로 휘발유 가격을 넘어섰다. 

중동 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4일 이후 휘발유 가격이 160.83원 뛰는 동안 경유 가격은 264.45원 급등한 결과다.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선 것은 2023년 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경유는 휘발유보다 가격이 낮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업용 수요가 많아 세율이 낮고 가격 구조 역시 휘발유보다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중동 전쟁 여파로 경유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며 상황이 달라졌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될 경우 경유 공급은 제한되는 반면 수요는 쉽게 줄지 않는 탓이다.

경유는 화물 트럭과 버스, 선박, 건설 장비, 발전기 등 산업 전반에 쓰인다. 특히 전차, 장갑차, 군용 트럭 등 전투 장비를 구동하는 데도 경유가 사용돼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유 가격이 오르면 산업계 전반이 타격을 받는다. 특히 유류비 비중이 높은 물류업계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게 된다.

항공업계는 유류할증료 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의 최대 50%에 대해 유가 헤지(위험 회피)를 실행하고 있는데 국제 유가 흐름을 모니터링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항공 화물 운송으로 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대형 항공사와 달리 여객 의존도가 높은 저비용 항공사(LCC)들은 가뜩이나 저조한 실적이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 철도업계 역시 운임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만큼 유류비 상승분을 즉각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운업계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동량 감소 여부가 최대 경계 대상이다. 유류할증료(BAF)를 통해 연료비 부담을 운임에 일부 반영할 수 있지만 고유가가 글로벌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수출입 물동량 자체가 줄어들 수 있어서다.

유가와 직결되지 않은 산업도 전반적인 비용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나 자동차, PC 등은 물류비 상승과 운송 차질 등을 걱정한다. 전쟁 장기화로 해운·항공 운임 상승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는 지경에 이르면 시장 수요 감소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고유가로 인해 내연기관차 소비 심리가 소폭 위축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과 전기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지만, 내연기관차는 여전히 국내 신차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 악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류비 상승은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을 넘어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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