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앞에 놓인 난제…물가·성장 '엇박자' 속 통화정책 시험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사진청와대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사진=청와대]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취임 전부터 난제를 떠안게 됐다.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확대되며 정책 운용의 선택지도 좁아진 상황이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다음 달 20일 임기를 마치는 이창용 총재에 이어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로 물가와 성장에 상반된 압력이 동시에 커지며 부담도 한층 가중되고 있다. 환율 역시 부담스러운 레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은 1510원을 넘는 등 전쟁 이후 고점을 점차 높이는 중이다.

국제 유가 급등은 비용 측면 인플레이션 우려를 빠르게 확산시키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업의 생산비를 끌어올려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고물가는 소비 위축을 통해 경기 둔화를 유발하는 등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경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환경은 주요국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전쟁에 따른 물가 자극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시장에서도 기존의 완화 기대는 후퇴하고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역시 신중한 기조로 대응하고 있다. 한은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물가 상승을 공급발 인플레이션으로 보고 기준금리로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외부 충격에 따른 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고, 금리 인상으로 이를 제어할 경우 실물경제에 과도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 후보자의 인식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BIS 기자간담회에서 중동사태에 대해 "공급 측면의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 영향을 지켜보는 것이 교과서적 사례"라고 말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신 후보자가 '매파' 성향을 지닌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화될 경우 선제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후보자는 물가 상승 압력을 사전에 차단하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 후보자는 전날 "물가, 성장, 그리고 금융 안정을 고려한 균형 있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지명 소감을 밝혔다. 현재 한국 금융시장이 처한 상황과 새 통화당국 수장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를 담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고물가 상황에서 섣부른 완화는 물가 불안을 키울 수 있고, 반대로 긴축을 강화할 경우 경기 둔화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한은이 금리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기보다는 신중한 중립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통화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내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린다는 분석이다.

김진욱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신 후보자는 인플레이션의 파급 효과와 과잉 유동성이 주도하는 완화적인 금융 여건에 관한 명확한 지표를 확인하면 통화 긴축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가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된 것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해 7월과 10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라는 당사의 전망에 더욱 힘을 싣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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