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사 10곳 중 7곳은 2029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 대응이 가능하지만 스코프(Scope)3에 대해서는 2033년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무 인력 부족과 협력사의 데이터 측정 역량 부재로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스코프3은 기업의 직접적인 통제 범위 밖인 가치사슬 전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직접적인 제품 생산 외에 협력업체와 물류, 제품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외부 탄소 배출량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자산총액 10조 원 이상 30조 원 미만 코스피 상장사(36개사 중 27개사 응답)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ESG 공시 대응 실태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월 정부의 ESG 공시 로드맵 발표에 따라, 향후 공시 의무화 대상에 포함될 기업들의 준비 상태와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8년부터 자산 30조원 이상의 대형 상장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우선 시행하고, 2029년부터는 그 외 상장사로 공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스코프3 공시는 의무화 시작 후 3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70.4%는 2029년 의무화 시점에 맞춰 공시 준비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한경협은 "대기업군이어도 업종과 규모에 따라 대응 수준에 차이가 있다"며 "지속가능성공시 전반의 데이터 관리 체계 구축과 전문 인력 확보가 미흡한 기업의 경우 준비 기간이 좀 더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기업의 절반 이상인 55.6%는 전담 인력이 타 업무를 병행하는 '겸직 체계'로 운영 중이었으며, 제조업은 이 비율이 58.3%로 더 높았다. 이는 공시 실무가 본격화될 경우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급망 전반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포함하는 스코프3 공시 관련 질문에는 정부 기준인 2032년에 맞출 수 있다는 응답이 48.1%, 2033년 이후에 가능하다는 응답이 51.9%로 집계됐다.
특히, 제조업은 3곳 중 2곳(66.7%)은 유예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협력사의 측정역량 부족과 데이터 신뢰성 저하(83.3%, 복수응답)'으로 지목됐다.
한경협은 "협력사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상 중소 협력사로부터 정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 협력사들이 영업비밀 유출가능성을 이유로 데이터 제공에 부담을 느끼는 점도 공급망 배출량 정보 확보에 한계요인으로 꼽았다.
ESG 공시제도의 안착을 위해 기업들이 필요한 정부 정책은 '산업별 구체적 가이드라인 제공(44.4%)'과 '데이터 수집용 표준 플랫폼 구축(44.4%)'이 꼽혔다.
송재형 한경협 지속가능경영실장은 "기업들이 ESG 공시를 적극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전문인력 확보와 공급망 배출량 데이터 측정·확보 등과 관련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데이터 플랫폼 보급과 세부 공시 가이드라인 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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