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대구의 경고, 서울은 예외인가

김두일 선임기자
김두일 선임기자

 정치는 숫자로 말하지만, 권력은 흐름으로 무너진다. 6·3 지방선거를 딱 70일 남겨놓고 발표된 대구시장 가상대결 여론조사는 그 점에서 단순한 지역 이슈가 아니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총리가 국민의힘 후보군과의 1대1 대결에서 모두 앞섰다는 사실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것은 '김부겸 개인의 선전'이 아니다. 정당의 힘이 약해지고, 인물의 힘이 부상하는 국면 전환의 신호다. 최근 보수 진영 내부에서 장동혁 지도부를 둘러싼 갈등, 고성국·전한길 등 강성 유튜브 정치의 영향력 확대는 중도층 이탈을 가속화시켰고, 결과적으로 '정당 간판'의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구는 대한민국 정치지형에서 가장 안정적인 보수 텃밭이다. 그곳에서 조차 정당 간판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유권자의 판단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과거처럼 '어느 당이냐'가 아니라 '누가 더 낫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대구에서만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은 원래부터 스윙지역이다. 스윙지역이란 특정 정당에 고정적으로 표를 주지 않고, 선거 때마다 후보와 이슈에 따라 지지 방향이 바뀌는 지역을 뜻한다. 서울은 인구 이동이 많고, 2030세대와 중산층 비중이 높으며, 정보 접근성이 뛰어나 여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민심이 움직이고, 가장 먼저 정치적 변화가 감지되는 곳이다.
 대구에서 시작된 균열이 서울에 도달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바라보지 않을 수 없다. 오 시장은 분명 강점을 가진 후보다. 현직 프리미엄이 있고, 서울런·한강버스·디자인 서울로 이어지는 정책 자산도 축적되어 있다. 인지도와 브랜드 역시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이 모든 조건은 선거에서 결코 가벼운 무기가 아니다.
 그러나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작동하는 것'이다. 지금 오 시장을 둘러싼 환경은 결코 단단하지 않다. 당내 갈등은 수면 위로 드러나 있고, 공천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지지층의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지도부의 결단 지연이다.
 장동혁 대표 체제는 인적 쇄신 요구와 노선 변화 요구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오세훈 역시 공개적 충돌을 피한 채 완곡한 메시지로 압박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이 '이중적 신호'가 유권자에게는 결단 부족으로 비쳐지고 있다.
 정치는 이미지의 예술이다. 한 번 형성된 이미지는 사실보다 오래 간다. 대구의 여론은 바로 그 지점을 찌르고 있다. 정당이 아니라, 사람을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확신을 주지 못할 때, 유권자는 과감히 등을 돌린다는 사실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본질은 '정당 프리미엄의 붕괴 가능성'이다. 과거에는 특정 정당에 대한 정체성만으로도 일정한 지지가 확보됐지만, 지금은 그 자동 결집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 이는 여야를 막론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며, 특히 내부 분열이 심한 진영일수록 더 빠르게 붕괴한다. 이 흐름을 읽지 못하면 결과는 단순하다.
 선거는 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무너진다. 서울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나 흔들리고 있다. 이 차이는 결정적이다. 흔들리는 곳은 회복할 수 있지만, 무너진 곳은 재건에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오세훈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이 아니다. 이미 충분하다. 필요한 것은 결단이다. 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인적 쇄신 요구를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인지, 그리고 선거를 '당의 선거'로 치를 것인지 '오세훈의 선거'로 치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선택. 그 결단을 미루는 순간, 주도권은 사라진다.
 대구의 여론조사는 하나의 숫자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대구에서 시작된 변화는 서울에서 완성된다. 지금 서울은 갈림길 위에 서 있다. 그리고 그 갈림길의 이름은 단 하나다. 결단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