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환율을 둘러싼 과잉 공포를 경계한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보기 드문 수준이라는 점에서 위기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환율 상승을 곧바로 경제 체력의 붕괴로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한 해석에 가깝다. 오히려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현재의 환율 흐름은 구조적 취약성보다는 대외 변수와 수급 요인이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이 같은 인식은 김민석 총리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해 “한국 경제 펀더멘털 대비 다소 과도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환율의 성격을 짚은 데 의미가 있다. 지금의 환율은 경제 기초체력이 급격히 약화돼 나타난 결과라기보다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달러 수요가 일시적으로 쏠린 현상에 가깝다.

실제로 최근 환율 상승의 배경을 보면 전형적인 ‘위험 회피 국면’의 특징을 보인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자금은 안전자산인 달러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와 해외 투자 확대가 맞물리며 달러 수요가 급증했다. 이는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흐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환율 상승을 두고 과도한 위기론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재정 지출 확대나 유동성 증가가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현상의 본질을 흐릴 수 있는 해석이다. 지금의 환율은 정책 변수보다는 외생적 충격과 자금 흐름에 의해 결정되는 측면이 더 크다. 정책 책임론으로 단순화하기에는 구조가 복잡하다.

더 중요한 점은 환율 수준 그 자체보다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경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과거에는 원화 약세가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원자재와 중간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 속에서 환율 상승은 곧바로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이는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며 내수에 부담을 준다.

이처럼 환율 상승이 경제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를 구조적 위기의 신호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환율은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큰 가격 변수이며, 특히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한 시기에는 과도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수준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일시적 급등과 구조적 고착화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 때문에 정책의 초점도 환율을 특정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 맞춰져서는 곤란하다. 시장과 힘겨루기를 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대신 과도한 변동성을 완화하고 시장의 불안을 줄이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미세 조정은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환율을 억지로 낮추기 위한 개입이 아니라 시장 쏠림을 완화하는 안정 장치로서 기능해야 한다.

동시에 외화 유동성 관리 역시 중요하다. 단기적으로 달러 수요가 급증하는 국면에서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외화 조달 여건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외환 스와프나 유동성 공급 장치를 통해 시장의 불안을 완화하는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환율 자체를 낮추지 않더라도 금융시장 안정에 직접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환율 상승이 물가로 전이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지 못하면 환율 충격은 내수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환율을 직접 통제하기 어렵다면 그 파급 효과를 줄이는 방식으로 정책 대응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결국 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 구조 자체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 구조를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 한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환율은 결과일 뿐이며, 그 배경에는 경제 구조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환율을 바라보는 시각은 보다 균형 잡힐 필요가 있다. 과도한 낙관도 경계해야 하지만 근거 없는 비관 역시 경계해야 한다. 김민석 총리의 발언은 이러한 균형 감각을 보여준다. 환율이 높다고 해서 곧바로 위기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배경과 구조, 그리고 대응 방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가 아니라 판단이다. 환율을 둘러싼 과잉 해석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대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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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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