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완의 India Insight] 8년 만의 인도 방문… '조선·방산·CEPA'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기회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이란발 전쟁의 포화로 국제정치와 외교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글로벌 물류망과 에너지 공급망이 붕괴 위기에 직면한 엄중한 상황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주 인도를 국빈 방문한다. 한국 정상의 인도 국빈 방문은 2018년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2023년 G20 정상회의를 위한 방문이 있었으나, 양자 외교를 위한 단독 방문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다르다.

현재 인도는 내부적으로도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오는 23일, 서벵갈과 타밀나두 등 주요 주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이곳은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의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으로, 모디 총리는 외교적 성과와 개발 프로젝트를 앞세워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단순히 '인사'를 넘어선 전략적 결단이어야 한다. 인도의 전략적 요충지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바로 이때, 한국의 조선 기술과 방산 능력을 결합한 협력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해묵은 과제인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개정을 통해, 양국 관계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시킬 골든타임을 잡아야 한다. 이를 통해 인도는 한국에 안정적인 공급망 거점과 거대 시장을 제공하고, 한국은 인도에 기술 전수와 제조업 근대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번 한-인도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협력은 단순히 두 나라의 이익을 넘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의 강력한 결속을 보여주는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인도의 지정학적 위상과 한국의 조선·방산 경쟁력으로 시너지 효과 극대화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해양 안보와 자유항행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해졌다. 3면이 바다인 한국에 인도양의 맹주인 인도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의 파트너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축인 인도의 지정학적 위상과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조선·방산 경쟁력이 결합할 때, 그 시너지는 단순한 산술적 합을 넘어선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무너진 글로벌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을 재건하는 '전략적 방파제'를 구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2025-26년 연방 예산안 발표 시 조선 금융 지원 정책(Shipbuilding Financial Assistance Policy, SBFAP) 2.0 도입을 통해 자국의 조선산업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SBFAP 2.0은 조선산업 육성을 위한 또 다른 강력한 기제인 해양개발기금(Maritime Development Fund)과 결합하여, 인도의 해양 굴기를 이끌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이는 'Maritime India Vision 2030'과 'Maritime Amrit Kaal Vision 2047'이라는 국가적 대계와 궤를 같이하며, 2030년 세계 10대 조선 대국 진입, 이후 2047년까지 인도를 세계 5대 조선 강국의 반열에 올리겠다는 인도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십빌딩 파크(Shipbuilding Park)를 인도동부와 서부에 각각 1개씩 2030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인도 정부는 제조업 육성을 위한 ‘Make-in-India’ 정책과 자주국방(Atmanirbhar Bharat) 전략과 연계하여 조선 강국을 꿈꾸고 있다. 

인도 조선업은 해군 산하 국영 조선소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으며, 중소규모 민간 조선소를 포함해 35개 조선소가 운영되고 있다. 코친조선소(CSL)와 힌두스탄조선소(HSL) 등과 같은 국영 조선소는 유럽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 7월 HD현대중공업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인도 최대 국영 조선소 코친조선소(CSL)와 MOU를 체결하며 설계·구매 지원과 생산성 향상, 인적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후 HD현대는 코친조선소(CSL)와 협력 범위를 확대하여 인도 해군 LPD(상륙함) 사업 추진을 위한 전략적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동년 12월에는 남인도 최대주인 타밀나두주와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배타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인도를 통해 HD현대는 글로벌 생산 거점을 다각화하려는 전략이다. 조선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을 육성시키고 동시에 해양력 강화를 추구하는 인도의 필요성과 무섭게 따라오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삼으려는 HD현대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제조업 육성과 해양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인도의 전략적 수요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HD현대의 니즈와 결합하며 한국과 인도 간의 조선산업 협력의 최적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인도는 자국 조선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절실히 갈망하고 있다. 독립 이후 양국 관계사를 통틀어 특정 산업의 육성을 위해 인도가 이토록 강력하고 일관된 협력 의지를 피력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주한 인도 대사를 비롯한 인도의 핵심 정책 결정자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인도 조선 협력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인도의 조선업 육성 의지는 단순히 제조업의 외연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곧 해군력 강화와 직결되는 국가 안보의 핵심 과제다. 7500㎞에 달하는 방대한 해안선과 인도양이라는 전략적 요충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조선 역량은 경쟁국인 중국에 비해 여전히 취약한 상태다. 이에 따라 상업용 선박은 물론 노후화된 함정 교체 및 해군 함정의 적기 확보와 전력 증강에도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표방하는 ‘강한 인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강력한 해군력은 필수적이며, 이 여정에서 한국은 대체 불가능한 최적의 전략적 파트너이다. 현재 한국 조선업은 해군 함정 및 방산 분야를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미 한국의 압도적인 조선 기술력은 미국 정부로부터 그 가치를 공인받았다. 특히 미 해군의 ‘조선업 부활 프로젝트(MASGA)’와 연계하여, 미 해군 함정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본격 진출하며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인도 역시 자국 함정의 작전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과의 MRO 협력을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구체화될 조선 분야의 협력은, 단순한 경제 교류를 넘어 한-인도 간 ‘전략적 방산 협력’의 새로운 상징이 될 것이다. 이미 K9 자주포(Vajra) 협력을 통해 증명된 공동 생산 및 기술 공유의 성공 사례는, 이제 지상군을 넘어 바다에서도 양국이 최상의 파트너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그랜드 빅딜로 CEPA 개정해야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방문은 양국 관계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할 결정적 전기가 되어야 한다. 그 핵심은 한국이 조선과 방산 분야의 파격적인 기술 협력을 제공하고, 인도는 CEPA 개정에 전격 합의하는 이른바 그랜드 빅딜이다. 2010년 발효된 한-인도 CEPA는 지난 16년간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못한 채 낡은 체제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심화되는 무역 불균형이다. 주인도 한국 대사관에 따르면, 2025년 양국 교역 규모는 256억 달러로 역대 2위의 실적을 거두었으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인도의 고민이 깊다. 한국의 대인도 수출이 192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함과 동시에, 한국의 무역수지 흑자 역시 128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인도는 이러한 적자 폭 확대를 이유로 CEPA 개정에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인도의 까다로운 인증 절차와 강화된 원산지 규정(CAROTAR 2020 등)으로 인해 실제 관세 혜택 체감도가 낮다고 토로한다. 무엇보다 현행 CEPA는 2010년의 관세 체계에 묶여 있어, 전기차·반도체·신재생 에너지 등 급변하는 글로벌 공급망(GVC)과 신산업의 흐름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양국이 서로를 향해 바라만 보는 ‘Look East’와 ‘Look South’의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이번 방문에서도 CEPA 개정의 물꼬를 트지 못한다면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수식어에 그칠 것이다. 국제 정치와 지경제학적 환경이 격변하는 지금, 양 정상의 ‘통 큰 결단’만이 한-인도 협력의 해양과 대륙을 잇는 진정한 가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나렌드라 모디 센터’, 인도에 ‘이재명 센터’를 개설하여 양국 지역전문가를 육성하자

하드웨어의 결합만큼 중요한 것이 이를 운용할 소프트웨어, 즉 '사람'이다. 양국이 공유하는 정치·경제·문화적 이해를 현실로 구현할 지역전문가 육성이 시급하다. 현재 인도는 델리대, 네루대와 같은 주요 대학은 물론 인도 북동부지역, 케랄라, 하이드라바드 등 여러 지역에 한국학과가 개설되었고, 세종학당도 인도 전국 여러 곳에 개설되어 운영 중이다. 인도는 이렇게 전국 여러 곳에서 한국학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처참하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이자 헌법이 인정한 언어만 22개를 가진 아대륙 인도를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국내 인도 관련 학과들은 잇따라 폐과되었고, 학부 차원에서 학과(Department)로 있는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이곳마저도 언어(Hindi) 위주다. 인도 지역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석박사 과정의 대학원은 단 한 곳뿐이다. 이마저도 학부에서 인도학을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다 보니 학문 후속 세대로 성장하려는 학생이 극히 제한적이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인도 지역연구 관련 기존의 우수한 연구자는 대부분 퇴임한 상태이다. 학문 후속 세대의 단절은 곧 대(對)인도 전략의 부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정상회담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 시작으로 한국에는 ‘나렌드라 모디 센터’, 인도에는 ‘이재명 센터’를 설립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지구촌 어딘가에서 전쟁이나 분쟁이 터진 후에야 부랴부랴 해당 지역 전문가를 찾으며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것인가? 한국의 경제 규모와 국력, 그리고 지정학적·지경제학적 리스크가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는 지금, 인도와 같은 전략적 핵심 국가에 대한 전문가 육성은 선택이 아닌 국가적 생존 전략이다.

지도가 없으면 길을 잃듯, 정교한 안목을 갖춘 지역 전문가 없이는 거대하고 복잡한 인도 시장과 안보의 바다를 성공적으로 항해할 수 없다.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 아니라, 양국 관계를 지탱할 '전략적 전초기지(Strategic Outpost)'가 필요하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Strategic Partnership)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이를 뒷받침할 '사람'이 없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이제 한국과 인도는 서로의 국가 지도자 이름을 내건 센터를 통해,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가장 단단한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김찬완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원장 ▷
벵골만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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