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장르이기도 하고 공포영화 마니아로서 공포 장르에 도전해볼 수 있다는 점이 설레고 기대됐어요.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정말 재밌었고 물귀신이라는 소재가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참신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또 수인이라는 캐릭터가 다른 공포영화 속 인물들과는 조금 다르게 절제돼 있고 어딘가에 찌든 모습으로 보인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영화 '살목지'(감독 이상민)는 로드뷰에 찍힌 의문의 형체를 확인하기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그곳에서 마주하게 된 기이한 사건들을 그린 공포 영화다. 극 중 김혜윤은 살목지에서 발생한 기이한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저수지를 찾는 온로드미디어 PD 한수인 역을 연기했다.
"감독님과 수인이라는 캐릭터를 함께 잡아가면서 물에 대한 공포와 트라우마가 있는 친구라는 점, 또 죄책감을 안고 사는 인물이라는 점을 많이 이야기했어요. 감독님께서도 그런 죄책감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전반적으로 지쳐 보이는 상태를 기본으로 가져가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그래서 최대한 조금 찌들어 있고 늘 지쳐 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어딘가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평소 공포영화를 즐겨보는 배우답게 관객이 '살목지'에서 어떤 지점을 무섭게 받아들일지도 비교적 분명하게 보고 있었다. 단순히 깜짝 놀라게 만드는 장면을 넘어 이미지와 사운드가 함께 만드는 긴장감이 극장에서 더 크게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하게 충격적인 장면들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무서운 이미지들도 많이 나오고 사운드가 주는 공포감도 있어서 그런 부분들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충분히 어필될 것 같아요. 저도 언론배급시사회 때 보면서 느낀 건, 제 반응도 반응이지만 주변 관객들의 반응 때문에 공포가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한다는 점이었어요. 같은 관 안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느끼는 공포가 또 하나의 추억처럼 남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같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느끼는 공포와 그 관의 분위기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거니까요."
이번 작품에서는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이어졌다. 김혜윤은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라며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는 일부러 가까워지려 애쓰지 않아도 금세 편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제가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늘 좋은 분들과 함께 작품을 하다 보니 굳이 '친해져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금방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번 작품도 또래 배우들이라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요. 그런 케미가 무대 인사 같은 자리에서도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지금도 즐겁게 하고 있고 촬영할 때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극 중 수인과 기태의 관계는 단순히 과거의 연인이라는 설정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일상에서는 퉁명스럽고 자꾸 부딪히는 사이 같지만 정작 수인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대 역시 기태다. 김혜윤은 이런 미묘한 거리감을 살리기 위해 감독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극 중 기태가 수인을 많이 부르잖아요. 촬영할 때 기태에게 '내 이름 좀 그만 부르라'고 농담할 정도로요. 하하. 촬영장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요. 그런 분위기가 영화에도 조금 묻어난 것 같아요. 리딩할 때 감독님께서도 두 사람이 조금 더 투닥거리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일상에서는 더 퉁명스러웠으면 한다고요. 전여친, 전남친 사이니까요. 그래서 그런 결을 살리려고 했어요. 다만 기태는 수인이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인물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더 편하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신 평소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조금 더 퉁명스럽게 가려고 해보았어요."
배우로서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는 자신의 지난 작품들을 일부러 정기적으로 찾아보는 편은 아니라고 했지만 뜻밖의 순간에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일은 종종 있다고 했다.
"제 작품들을 정기적으로 다시 꺼내보는 편은 아닌데, 알고리즘에 뜨거나 문득 상기되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또 주변에서 그 작품 재밌게 봤다고 이야기해주실 때도 있고요. 저한테는 그런 작품들이 일기장처럼 느껴져요. 그때는 이런 모습이었고 이런 표현을 했겠구나 싶죠. 지금의 에너지와는 또 다른 에너지였기 때문에 저때는 저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 저런 모습을 뿜어낼 수 있었구나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나름의 노하우도 생긴 것 같아요. 현장에서 어떤 상태일 때 내가 가장 연기에 집중을 잘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해왔거든요. 예전에는 컨디션이 아주 좋을 때도 해보고 반대로 긴장된 상태로도 해봤는데 지금은 그 둘이 반반 섞여 있을 때 가장 집중도도 좋고 연기도 잘 되는 것 같더라고요. 과거에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씩 저만의 방법이 생겨가는 느낌입니다."
오랫동안 받아온 사랑은 그에게 부담보다 동력에 가깝다. 팬들에게 받은 응원 덕분에 더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커졌고 그것이 스스로를 움직이는 힘이 된다고 했다.
"그동안 팬분들께 큰 사랑을 많이 받아왔잖아요. 그래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게 저한테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 어디선가 '고양이를 끌어안고 있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본 적이 있어요. 실제로 맞는 것 같더라고요. 골골송을 듣고 있으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고 그런 체험이 주는 따뜻함 속에서 충전하는 기분이 들어요."
개봉을 앞둔 지금 그가 가장 바라는 것도 결국 관객의 체험이다. 공포영화는 혼자 보는 재미도 있지만 누군가와 같은 공간에서 반응을 나누며 보았을 때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장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공포영화를 봤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는 '살목지' 역시 그런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시사회 때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고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공포영화를 봤던 기억을 떠올려봐도 같이 보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쌓이는 게 참 좋더라고요. 그런 순간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도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함께 보시면서 그런 추억을 쌓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귀신도 현장에서 직접 보셔야 하니까요. 하하. 많은 분들이 찾아와주셔서 좋은 반응을 보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얻은 '로코 퀸'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번만큼은 다른 수식어를 조금 욕심내보고 싶다고 했다. 김혜윤은 잠시 웃다가 그래도 한 번쯤은 호러 퀸으로 불려보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로코 퀸'이라는 수식어도 정말 감사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진부하더라도 '호러 퀸'이라는 수식어를 한 번 얻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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