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해 온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명현 특별검사)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안전장비 없이 수중수색이 진행된 데다 작전통제권이 없는 상황에서도 사실상 현장 지휘를 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2023년 7월 사고 발생 이후 약 3년 만에 나오는 1심 선고는 다음 달 8일 내려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13일 임 전 사단장과 박상현 전 해병대 7여단장, 최진규 전 포11대대장, 이용민 전 포7대대장, 장모 전 포7대대 본부중대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고 오는 5월 8일 오전 10시를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특검은 이날 임 전 사단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박 전 여단장과 최 전 대대장에게는 각각 금고 2년 6개월, 이 전 대대장에게는 금고 1년 6개월, 장 전 중대장에게는 금고 1년을 구형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지휘관들의 공동과실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위험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하도록 할 책임을 저버렸다"며 지휘부 전반의 책임을 강조했다.
특히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서는 책임을 집중했다. 특검은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지휘관으로서 상부 단편명령을 위반하고, 실질적으로 작전을 통제·지휘했다"며 "안전보다 적극적인 수색을 강조하고, 포병대대를 특정해 반복적으로 질책한 것이 사고 발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어 "수중수색 상황을 언론 보도로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묵인·방치했고,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지휘 체계 혼선을 초래하고, 병력 안전에 현실적 위험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간부와 대원들이 임 전 사단장의 수색 압박을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음에도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며 엄중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른 지휘관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책임을 물었다. 박 전 여단장은 작전 지침을 불명확하게 전달하고 별다른 안전 대책 없이 상부 지시를 하달한 혐의를 받는다. 최 전 대대장은 상급 부대 승인 없이 '허리 깊이 입수' 등 위험한 수색 범위를 확대해 전파한 책임이 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이 전 대대장은 이러한 지시를 부대원에게 전달해 사고로 이어지게 한 혐의를 받으며, 장 전 중대장 역시 현장 위험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사실상 수중수색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법정에서는 유족과 피해자의 진술이 이어지며 긴장감이 높아졌다. 채 상병 어머니는 "아들이 희생됐는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저희를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엄벌을 호소했다. 이어 "아들이 하늘의 별이 된 뒤 부부 모두 일상이 무너졌다"며 "억울해서 살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구명조끼만 있었어도 아들이 살 수 있었다"며 "어떻게 그런 위험한 상황에 투입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 전 사단장을 향해서는 "미안하다는 말 없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채 상병 아버지도 "기상 악화로 철수한 상황에서 구명조끼 없이 투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살인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함께 수색에 투입됐다가 물에 빠져 구조된 이모 병장 역시 "반드시 처벌돼야 하는 건 사단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당시 상황이 계속 떠오른다"며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반면 임 전 사단장 측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허리 깊이 수색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구체적인 명령 없이 포괄적 지휘만 있었을 뿐"이라며 "작전통제권 침해 역시 성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작전통제권 전환 상황에서 협조 관계에 따라 이뤄진 관례적 행위일 뿐"이라며 군형법상 명령 위반 적용도 무리라고 반박했다.
임성근 전 사단장도 최후진술에서 "지휘관으로서 도덕적 책임은 통감하지만, 형사 처벌을 받을 만큼의 죄는 아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순직해병 특검 출범 이후 처음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다. 임 전 사단장 등은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 없이 허리 깊이 수중수색을 진행하게 해 채 상병을 숨지게 하고, 다른 대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핵심 쟁점은 임 전 사단장이 작전통제권 이양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지휘권을 행사했는지, 또 지휘부가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안전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여부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내달 8일 선고를 통해 가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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