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정유업계 흐림]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결렬 이후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가 현실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향해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원유 공급의 '마지막 안전판'으로 평가되던 이란산 원유마저 차단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이 '물리적 공급 부족'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고유가 국면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정유업계는 단기 실적 개선 기대와 함께 장기 수익성 악화 우려가 동시에 커지는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17일 코리아PDS(KoreaPDS)에 따르면 지난 11~12일(현지시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이란 고위급 협상은 합의 없이 종료됐다. 협상 과정에서 우라늄 농축 권리, 레바논 휴전 포함 여부, 해외 동결 자산 해제 등 기존 쟁점에 더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통행료 징수를 요구하면서 구조적 이견이 재확인됐다. 협상 결렬 직후인 13일 미국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란 항구에 대한 전면 해상 봉쇄를 선언하며 긴장을 급격히 고조시켰다.
보고서는 이번 조치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을 뒤흔드는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제한 속에서도 공급을 지탱해온 이란산 원유 약 200만 배럴이 시장에서 이탈할 경우 공급 충격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은 약 1300만 배럴 규모의 공급 차질을 반영하고 있는 상태지만 이란산 원유까지 차단될 경우 그 규모는 1500만 배럴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원유 자체가 부족해지는 '물리적 수급 타이트' 단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유가 전망도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코리아PDS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여부를 기준으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전쟁 장기화와 봉쇄 유지가 이어지는 '시나리오 3'을 기본값으로 설정했다. 일각에선 해당 시나리오에서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0~13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협상 타결 시 70달러대 안정 시나리오도 거론되지만,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시장 내부의 왜곡 신호도 뚜렷해지고 있다. 현물 가격을 반영하는 브렌트유 현물가격은 140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상승했지만 선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되며 괴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공급 부족 우려와 중장기 수요 둔화 전망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의 활동 재개 조짐으로 홍해 인근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원유 수송의 핵심 길목이 동시에 위협받을 경우 공급망 충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초고유가 국면은 정유업계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단기적으로는 과거 저가에 도입한 원유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고 평가이익이 확대되고 정제마진이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유가가 고점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상황은 급변한다. 높은 유가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는 수요 파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원유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정제마진이 오히려 축소되는 역마진 가능성도 커진다. 여기에 정유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
특히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특성상 이번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대체 원유 확보 과정에서 운임과 프리미엄, 보험료 상승 등이 원가 부담을 키우며 수익성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정유업계 실적 역시 분기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급등 영향으로 1분기에는 재고평가이익이 반영되며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이 예상되지만 2분기부터는 수익성이 빠르게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코리아PDS 분석처럼 유가가 120~130달러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 도입 비용과 물류비 부담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실적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유가가 하락할 경우에도 상승기에 확보한 고가 재고가 재고평가손실로 전환되며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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