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일본 자위대 함정의 해협 진입을 두고 중국이 “전례 없는 도발”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외교적 항의에 그치지 않고 군사적 대응까지 언급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언어 충돌이 아니다. 실제 충돌 가능성이 현실의 시나리오로 올라온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분명하다. 대만해협은 더 이상 중립적 통로가 아니다. 지정학적 경쟁이 집중되는 전략 공간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군사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이 흔들리는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진다.
대만해협은 세계 경제의 동맥이다. 글로벌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해역을 통과한다.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첨단 산업 공급망이 이 지역에 밀집돼 있다. 해협의 긴장은 곧바로 물류 지연과 비용 상승으로 연결된다. 이는 다시 생산 차질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충격은 단계적으로 확산된다.
한국 경제는 이 구조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동아시아 공급망에 깊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자, 화학 산업 모두 대만과 중국, 일본을 잇는 생산 네트워크 위에 서 있다. 이 중 한 축이 흔들리면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 대체 경로는 제한적이다.
더 큰 문제는 금융시장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항상 자본의 이동을 동반한다. 불확실성이 커지면 외국인 자금은 먼저 빠져나간다. 환율은 급등하고 시장 변동성은 확대된다. 실물경제의 충격이 금융시장으로, 다시 금융시장의 충격이 실물경제로 되돌아오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번 사안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대응 수위다. 단순한 외교적 비판을 넘어 ‘주권과 안전 위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의 행동을 체제 차원의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시에 일본 내 상황을 ‘신형 군국주의’로 규정하며 정치적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갈등이 단기간에 완화되기 어렵다는 신호다.
이미 양국 관계는 냉각 국면에 들어섰다. 중국은 여행 자제령과 수산물 수입 규제 등 경제적 압박 수단을 병행하고 있다. 군사와 경제가 결합된 복합 압박 구조다. 이는 단순한 외교 갈등이 아니라, 전방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변화는 한국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미국과 안보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관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평시에는 이 구조가 균형을 만들어냈지만, 갈등 상황에서는 선택 압박으로 작용한다. 어느 한쪽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한국의 대응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일부 기업이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지만, 전체 산업 구조를 바꾸기에는 부족하다. 국가 차원의 전략 역시 일관성이 부족하다. 개별 정책은 존재하지만, 통합된 방향성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명확하다. 첫째, 공급망 다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단기적으로 비용을 증가시키지만, 장기적으로는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가 된다.
둘째, 전략 산업의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핵심 소재와 부품을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는 리스크를 키운다. 기술 확보와 생산 기반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 단순한 국산화를 넘어, 경쟁력을 갖춘 자립 구조가 필요하다.
셋째, 외교 전략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단순한 균형 외교로는 한계가 있다. 경제와 안보를 분리해 접근하는 현실적 전략이 필요하다. 원칙은 분명하게 세우되, 실행은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 감정이 아니라 계산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번 사안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글로벌 공급망은 더 이상 정치와 분리되지 않는다. 국가 간 갈등이 곧 산업 리스크로 전이되는 시대다. 기업과 정부 모두 이 전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까지 효율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최소 비용, 최대 생산이 핵심 전략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는 안정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리스크를 관리하지 못하면 효율은 의미를 잃는다.
대만해협의 긴장은 경고다. 위기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높아졌다. 준비되지 않은 경제는 충격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 전환이다. 늦지 않게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충격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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