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려 합니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 '발품'은 20~30대 기자들이 현장으로 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기록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경제·산업·정치·사회·부동산·문화를 가르지 않고, 삶과 맞닿은 모든 현장을 추적합니다. 문제는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끝까지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발품'은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고, 들리지 않던 목소리를 끝까지 전하기 위해 한 번 더 확인하고 집요하게 묻겠습니다. 독자가 미처 닿지 못한 곳까지 대신 걸어가겠습니다.
편의점 도시락이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유명 셰프·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메뉴가 다양해지고, 밥맛 등 기본 품질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그러나 튀김·육류 위주의 구성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대중 입맛에 맞추려다 생기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맛 등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됐다.
아주경제 탐사보도팀은 지난 15일 외식 전문가(셰프·외식 사업가)와 일반 소비자(30년 차 주부·20대 직장인)로 구성된 4인의 평가단과 함께 각 편의점 대표 도시락 4종을 블라인드 테스트하며 현주소를 짚어봤다.
이번 평가에 사용된 도시락 4종은 편의점 4사로부터 가장 자신있는 제품을 직접 추천받아 선정했다.
평가는 맛·양·간·영양·구성 등 5개 항목(각 5점, 총 25점 만점)의 총점을 먼저 매기고, 이후 제품 정보와 가격을 공개해 가성비 점수(5점 만점)와 한줄평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압도적 1위 '손종원 셰프 도시락'… 전문가 극찬, 20대는 '시큰둥'
정찬희 셰프는 "편의점 도시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만점 수준"이라며 "내 아이에게 도시락을 줘야 할 때 이 정도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종 상인정신 대표도 "도시락 가게들이 긴장해야 할 수준"이라며 "마진을 좀 포기하고 만든 제품 같다"고 평했다. 김수진씨는 "흑미밥, 초석잠·무말랭이 용기 분리 등 반찬 구성에 신경 쓴 흔적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의 호평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중량 475g에 단백질 28g(하루 권장량의 51%)을 담으면서도, 열량(798kcal)·지방(22g, 41%)·나트륨(1359mg, 68%) 수치는 경쟁 육류 도시락보다 낮았다.
반면 20대 직장인 원윤민씨의 평가는 달랐다. 총점 18점을 준 원윤민씨는 "채소 반찬에는 손도 안 간다"며 "시간 없을 때 간편하게 먹는 게 편의점 도시락인데 그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간편함과 대중적인 맛을 우선시하는 20대의 상반된 시각을 살펴볼 수 있었다.
'양은 만점'이지만 '채소 실종' 아쉬운 혜자로운 한상가득 & 고기올인원
2위는 총합 78점(평균 19.5점)의 'GS25 혜자로운 한상가득 도시락(5900원)'이었다. 4명의 패널 모두 '양' 항목에 5점 만점을 주며 한 끼 식사로서의 가치를 인정했다. 원씨는 "반찬이 11가지 정도여서 다양한 밑반찬을 즐길 수 있다"며 가성비 항목에도 만점을 줬다.
해당 도시락은 중량 479g에 단백질 28g(51%)을 함유해 평가단이 '푸짐하다'고 느낀 근거 역시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육류·튀김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영양' 항목에서는 총합 69점으로(평균 17.25점) 3위를 차지한 '세븐일레븐 고기(肉)올인원 도시락(5600원)'과 함께 대부분 2~3점을 받았다.
영양 불균형에 대한 우려는 수치로도 드러났다. 세븐일레븐 도시락 열량은 915kcal에 지방이 하루 권장량의 72%(39g), 포화지방은 60%(9g)에 달했다. GS25 도시락은 나트륨이 1600mg으로 하루 권장량의 80% 수준이었다.
정 셰프는 "채소류가 빈약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고, 김수진씨도 "우리 아이들이 매일 먹는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쓰일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종씨는 "부모님이 알았다면 민원이 폭주할 식단"이라면서도 "콜드체인을 타고 이틀 안에 소모해야 하는 편의점 유통 구조상 식중독 문제 때문에 야채 대신 가열 처리된 튀김이나 제육 같은 보수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업계 사정을 짚었다.
기획 의도 모호한 '계란장 김치제육'… 아쉬운 맛의 밸런스
만장일치로 최하위를 기록한 제품은 총합 62점(평균 15.5점)의 'CU 밥도둑 계란장 김치제육 도시락(5800원)'이었다. 꼬막무침, 다진 청양고추·멸치 등 짠 반찬들이 한데 모인 구성을 패널 모두 난해하다고 지적했다.
김세종씨는 "여러 반찬을 조합했지만 정작 어떤 식사 방식을 의도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편의점 도시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끔 지나치게 실험적인 기획을 앞세운 제품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며 가성비 항목에 1점을 매겼다.
정 셰프도 "반찬들의 간이 전반적으로 너무 강해 미각이 피로해질 정도"라고 지적했고, 김수진씨도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평했다.
이러한 지적은 수치로도 확인됐는데, 중량은 394g으로 4종 중 가장 적었지만 나트륨은 4종 중 가장 높은 1650mg으로 한 끼만으로 하루 권장량의 83%에 달했다.
원씨는 "꼬막 등 이색 재료를 내세워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려 했지만, 대중적인 입맛을 설득하기에는 매력이 없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프리미엄이냐, 가성비냐… 편의점 도시락의 딜레마
이번 테스트에서 편의점 도시락은 적정한 양과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다만 웰빙 트렌드에 걸맞은 영양 균형과 세밀한 맛의 조화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정 셰프와 김세종씨는 영양소와 채소가 더 보강된다면 "개인적으로 9000원까지도 사 먹겠다"며 프리미엄화에 지불 의향을 내비쳤다. 반면 원씨와 김수진씨는 "가격이 오르면 차라리 그 돈으로 다른 곳에서 한 끼를 먹겠다"고 선을 그으며 편의점 도시락 본연의 간편성과 가격 경쟁력을 강조했다.
런치플레이션 시대 '구원투수'로 떠오른 편의점 도시락을 전면 해부한 심층 기획 보도는 '[아주 탐사기획] '점심값 1만4635원'…런치플레이션에 편의점 몰린 MZ들'을 통해 이어집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