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이달부터 2025년도 결산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기업 신용등급 정기 평가에 들어갔다. 평가 대상은 해당 은행과 여신 거래가 있는 모든 기업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현금성 자산, 이자보상배율, 기술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등급을 산정한다. 이번 평가는 향후 대출 한도와 금리를 좌우하는 기준이 되는 만큼 은행 기업금융 부서의 핵심 업무로 꼽힌다.
올해 평가는 예년보다 한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중동 리스크에 따른 원자재 가격 변동성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업종 곳곳에서 신용도 하락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가 포스코 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LG화학의 신용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신용등급 하락이 곧바로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다. 통상 등급이 떨어진 기업에는 금리 인상이나 대출 축소가 뒤따르지만 현재는 정책 기조에 가로막혀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경기 방어를 위해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들은 부실 위험을 인지하고도 대출을 유지하거나 연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구조는 은행 건전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험이 커진 차주에 대해 금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은행은 위험 대비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특히 연체율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잠재 부실이 장부에 즉각 반영되지 않은 채 누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연체율은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말 0.03%에서 올해 1분기 0.13%로 상승했다. 중소기업 연체율도 0.49%에서 0.57%로 높아졌다. 부동산업 연체율은 주요 은행에서 일제히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개인사업자 연체율 역시 0.56%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향후 전망도 불확실하다.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현재 지원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부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지연된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대로 정책 기조가 완화되면 금리 인상과 여신 축소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기업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등급 산정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지만 실제로는 대출을 연장해주는 기업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정책과 시장 논리 사이에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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