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이란전쟁 이야기 | 진리·정의·자유]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허와 실, 역봉쇄와 이란, 미국, 그리고 중국의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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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이란을 이해하려면 먼저 지도를 내려놓고 역사를 펼쳐야 한다. 눈앞의 해협 하나로는 이 나라를 설명할 수 없다. 이란의 시선은 언제나 길 위에 있다. 길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권력의 구조이며, 부의 흐름이고, 질서의 중심이다.

페르시아는 오랫동안 동서 문명이 교차하는 문턱에 서 있었다. 그들은 땅을 넓히기보다 길을 장악했고, 물자를 쥐기보다 흐름을 통제했다. 그 기억은 지금도 살아 있다. 오늘의 호르무즈 해협은 그 기억의 현대적 형식이다.

최근 이란 의회 일각에서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를 110달러에 사서 200달러에 팔자”는 발상이 제기된 것은 결코 우발적 언사가 아니다. 이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의 문제이며, 단순한 시장 논리가 아니라 지정학적 선언에 가깝다. 길목을 쥔 자가 가격을 정한다는 고대 실크로드의 오래된 법칙이 다시 호출된 것이다. 이란은 스스로를 중동의 한 국가로만 보지 않는다. 그들의 집단 기억 저변에는 “우리는 길의 주인이었고, 다시 그 중심에 서야 한다”는 제국 의식이 놓여 있다.

고대 페르시아는 이미 두 가지 방식으로 부를 축적했다. 하나는 통행세 방식이었다. 협로를 점유한 세력은 지나가는 상단에 비용을 부과했고, 거부할 경우 길을 막거나 약탈했다. 또 하나는 중개무역이었다. 산지에서 물자를 확보해 요충지에서 가격을 다시 정하고 이익을 취했다. 이 두 방식은 단순한 상술이 아니라 구조적 권력의 행사였다. 누가 지나갈 수 있는지, 어떤 비용이 정당한지, 무엇이 허용되는지를 결정하는 권력. 오늘의 호르무즈 해협 전략은 이 두 축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이란이 시사하는 ‘통행료’는 단순한 금전이 아니다. 그것은 통화 체계, 결제망, 금융 주권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달러만이 아니라 위안화, 유로, 리알을 동시에 거론하는 배경에는 결제 질서를 다변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는 고대 실크로드에서 소그드 상인들이 수행했던 금융·정보 네트워크와 유사한 구조다. 물류와 금융, 정보와 외교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결합될 때, 길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라 플랫폼이 된다. 이란은 지금 그 플랫폼을 다시 설계하려 한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이 전략은 일관성을 갖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해상 석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에너지 대동맥이다. 대체 경로는 존재하지만, 단기간에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이런 구조에서 통로를 쥔 국가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된 패턴이다.
문제는 논리의 타당성과 현실의 가능성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고대와 오늘의 가장 큰 차이는 상대다. 과거의 상대는 상단이었다. 민간 무역 집단이었고, 보복 수단은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오늘의 상대는 국가이며, 그것도 미국과 주요 7개국, 글로벌 해군력이다. 국제법이라는 규범이 존재하고, 금융 제재와 군사적 대응이라는 수단이 동시에 작동한다. 길목을 쥔 힘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힘을 행사하는 비용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여기서 미국의 ‘역봉쇄’ 개념이 등장한다. 호르무즈를 닫겠다는 시도는 곧 그것을 열겠다는 강제력과 충돌한다. 미국은 단순히 해협을 지키는 수준을 넘어, 필요할 경우 군사적으로 통로를 개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해상 보험과 금융 결제망, 글로벌 해운 질서를 쥐고 있는 구조 속에서 봉쇄는 곧 자해적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 봉쇄가 길어질수록 전략 비축유 방출과 대체 공급망 구축이 가속화되고, 장기적으로는 해당 통로의 전략적 가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이란이 제시한 “200달러”라는 숫자는 이 딜레마를 압축한다. 가격을 올리려면 공급이 막혀야 한다. 그러나 공급을 막는 순간 국제사회는 즉각 대응에 나선다. 결과적으로 가격을 올리려는 시도가 오히려 협상력을 소진시키는 역설이 발생한다. 고대 실크로드에서도 과도한 통행세는 새로운 경로의 개척을 촉발했다.

육상 실크로드가 해상 실크로드로 대체된 역사, 포르투갈이 희망봉 항로를 개척하며 중개무역 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은 같은 교훈을 반복한다. 길을 쥔 자가 탐욕을 절제하지 못할 때, 길 자체가 사라진다.

이제 시선을 현재로 옮기면, 이 모든 논리는 이미 현실 속에서 시험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더 이상 역사적 은유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흔들리는 세계 경제의 심장부가 되었다. 2026년 현재, 이 해협은 단순한 긴장의 공간을 넘어 실제 통제와 봉쇄, 그리고 역봉쇄가 동시에 작동하는 전장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란은 해협을 선택적으로 열고 닫으며 통과를 통제하고 있고, 미국은 이에 맞서 이란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통항은 눈에 띄게 줄었고, 일부 선박은 회항하거나 우회하며, 일부는 신호를 끄고 이동하는 이른바 ‘그림자 항해’까지 등장했다. 유가는 즉각 반응해 단기간에 급등했고, 금융시장과 해상 보험 시장까지 연쇄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봉쇄가 아니라 통로를 둘러싼 ‘현대판 실크로드 전쟁’이다.

이란의 방식은 명확하다. 길을 완전히 끊지 않는다. 대신 불확실성을 극대화한다. 일부는 통과시키고 일부는 막는다. 이로써 가격과 공포를 동시에 통제한다. 이것이 바로 ‘회색지대 관문 통제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결정적으로 다른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고대에는 길을 쥔 자가 절대적 우위를 가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국은 해협을 직접 닫지 않으면서도 이란의 항구를 봉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즉, 이란이 ‘입구’를 쥐었다면, 미국은 ‘출구’를 틀어쥔 셈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길의 통제권’을 둘러싼 고도의 전략 게임이다. 이란의 계산은 명확하다.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지 않으면서도 가격 상단을 자신이 쥐겠다는 것이다. “110달러에 사서 200달러에 팔자”는 발상은 통로 지배를 통한 가격 결정권 확보 전략의 압축된 표현이다.

그러나 현실은 논리보다 훨씬 복잡하다. 봉쇄가 길어질수록 국제사회는 대응한다. 전략 비축유 방출, 공급망 다변화, 군사적 호위 강화가 동시에 진행된다. 일부 물류는 장거리 우회로로 전환되며, 비용은 상승하지만 흐름은 완전히 끊기지 않는다. 결국 통제는 가격을 올리지만, 동시에 통로의 독점적 가치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중국의 셈법이 등장한다. 중국은 이란의 우호국이지만 동시에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이다. 이란의 통제는 단기적으로 협상력을 높일 수 있지만, 장기적 불안정은 중국 경제에도 치명적이다. 따라서 중국은 이란을 전면적으로 지지하지도, 그렇다고 미국 질서에 완전히 편입되지도 않는다. 결제망에서는 협력하고, 공급망에서는 분산을 추진하는 ‘이중 전략’을 택하고 있다.

결국 이란, 미국, 중국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같은 목표를 향한다. ‘길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란은 물리적 통제를 통해, 미국은 군사와 금융 질서를 통해, 중국은 결제와 공급망을 통해 길을 장악하려 한다. 이 세 힘이 충돌하는 지점이 바로 호르무즈 해협이다.

이 전쟁의 본질은 총과 미사일이 아니다. 누가 길을 열고, 누가 길을 막고, 누가 그 비용을 결정하는가의 문제다. 그리고 지금 그 답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란은 버티고 있고, 미국은 조이고 있으며, 중국은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변하지 않는다. 길은 힘이다. 그러나 그 길을 지나치게 강하게 쥐는 순간, 세계는 반드시 다른 길을 찾는다. 이란의 5천 년 역사는 그것을 반복해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금, 그 오래된 법칙이 다시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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