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로 더는 안 된다"···삼성 TV, 신임 사령탑에 '비개발자' 승부수

  • 글로벌마케팅실장 이원진 사장 발탁···'삼성 TV 플러스' 주역

  • 최지성 전 부회장 이후 20년 만에 콘텐츠·마케팅 수장

이원진 삼성전자 신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이원진 삼성전자 신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TV 사업을 이끄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통상 연말에 이루어지는 정기 사장단 인사 시즌 외에 사업부장을 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글로벌 TV 시장의 수요 정체와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하드웨어를 넘어 콘텐츠와 서비스 중심으로 TV 사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인적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4일 디바이스경험(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장인 이원진 사장을 DX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겸 서비스비즈니스팀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기존 VD사업부를 이끌던 용석우 사장은 DX부문장 보좌역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번 사업부장 교체 인사는 삼성전자 TV 사업의 본질적인 위기감이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하드웨어 중심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V 사업은 6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분기에는 간신히 2000억원 흑자를 달성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2006년부터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실속 없는 1위인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업체들의 파격적인 초저가 공세로 인해 TV 사업 수익성 방어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하이센스, TCL 등 중국 제조사들이 거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한 데 이어,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독무대였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초대형·고부가 가치 제품군까지 위협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점유율은 29.1%인 반면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3.1%, 10.9%로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맹추격 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TV를 포함한 가전 사업 전반의 구조 개편에 본격 착수했다. 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DA사업부는 최근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를 열고 수익성 제고를 위한 미래 사업 구상을 제시했다. 지난달 말부터 국내 TV와 생활가전, 스마트폰 판매 및 영업을 도맡는 한국총괄에 대한 경영진단에도 돌입했다. 1992년 중국 가전 시장에 진출한 지 34년 만에 중국 사업 철수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최초 구글 부사장···TV 소프트웨어 강화 신호탄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 사장의 전면 배치는 기존 삼성전자 TV 사업부의 행보와는 궤를 달리하는 파격적인 인사로 평가받는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마케팅 전문가가 TV 사업을 이끌게 됐다는 점에서다. 하드웨어 비개발 출신 VD사업부장은 2007년 최지성 전 부회장 이후 약 20년 만이다.
 
이 사장은 2005년 한국어도비시스템즈 대표이사, 2007년 구글코리아 초대 대표이사를 거쳐 한국인 최초로 2011년 구글 본사 부사장 역임하며 광고·서비스 사업을 맡았다. 2014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후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삼성 TV 플러스'와 TV 화면에서 미술 작품을 구독하는 '삼성 아트스토어' 등을 글로벌 흥행 궤도에 올려놓은 주역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삼성전자 TV 사업 수장들이 초고화질, 초대형화 등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 초격차에 집중해왔다면, '이원진호' 출범은 TV 내 콘텐츠와 서비스 결제를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대전환을 본격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TV 시장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이제는 TV를 단순한 디스플레이 기기가 아닌 콘텐츠와 광고 수익 중심의 거실 내 플랫폼으로 정의하겠다는 시그널"이라면서 "TV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사업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