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성의 RE:스페이스] 역세권을 '직·주·락' 고밀도시로...서울시 청사진, 현실성보니

  • 서울시 역세권 '직·주·락' 고밀 복합개발 시동

  • 상업지역 확대·공공기여 인하로 민간 참여 유도

  • 역세권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이 관건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역에서 바라본 광운대역세권 개발 현장 사진아주경제 DB
서울 노원구 월계동 광운대역에서 바라본 광운대역세권 개발 현장. [사진=아주경제 DB]


서울시가 시내 325개 전 역세권을 대상으로 주거·직장·여가가 결합된 '직·주·락' 활성화 전략을 본격화했다. 단순히 용적률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서울 전역을 생활 밀착형 거점으로 촘촘히 연결하는 '서울형 직주락 모델'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이다. 2031년까지 지하철역 주변을 고밀·복합 개발해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그간 소외됐던 강북·서남권의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 전략의 골자다.

지금까지 서울시가 추구해온 '다핵 분산' 철학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집적도시 모델을 도시 운영에 본격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직주락 집적도시는 시공과 운영 모두에서 상당한 난이도를 요하는 만큼, 공공의 적극적인 지원과 조정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325개 역세권 전면 개방…강북·서남권 공공기여도 완화

6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달부터 기존 153개 중심지 역세권에만 허용되던 일반상업지역으로의 용도지역 상향을 서울 전역 325개 역세권으로 전면 개방한다. 상업지역 확대와 공공기여 완화를 통해 민간 참여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로써 역세권에서도 근린상업지역이나 준주거지역의 경계를 넘어 일반상업지역 수준의 고밀 개발이 가능해진다. 특히 사업성이 낮아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강북·서남권 11개 자치구 일대 역세권이 주요 수혜지가 될 전망이다. 시는 이들 지역의 공공기여 비율을 기존 늘어난 용적률의 50%에서 30% 수준으로 낮춰 개발 문턱도 함께 낮추기로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월 향후 개통될 경전철 등을 모두 포함해 시내 역세권 325곳을 일자리·주거·문화여가·생활 SOC가 결합된 신개념 도시 공간으로 전환하는 역세권 활성화 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직장·주거·여가' 한 곳에…글로벌 도시들의 공통 해법
 
광운대역세권 공공용지 설계공모 당선작 투시도 종합건축사무소 건원 사진노원구
광운대역세권 공공용지 설계공모 당선작 투시도. [사진=노원구]

해당 사업의 핵심 개념은 직·주·락 도시 모델이다. 직장(Work)·주거(Live)·여가(Play)를 하나의 공간 혹은 근거리에서 해결하는 방식으로, 서울에서는 성동구 성수동 일대가 이 모델에 가장 근접한 사례로 꼽힌다.

직주락의 이론적 뿌리는 미국의 도시운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가 현대 대도시의 문제 해결책으로 '복합화' 개념을 제창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이후 도시 전문가들은 고밀 복합 방식의 집적도시 모델을 체계화해왔고, 직주락 도시는 그 한 갈래다. 주거와 일자리라는 도시 활동에 '휴식'의 차원을 더해 하나의 자족형 생활권을 구성하는 것이 직주락 도시의 철학이다.

직주락 모델은 특히 낙후된 도심 활성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휴식·유락 시설의 확충이 집객 기능을 높이고, 이것이 인프라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확인되면서다. 서구권은 물론 동아시아 국가들도 잇따라 직주락 개념을 활용한 도심 재편에 나서고 있다.

일본 도쿄는 수도권 다심 분산 구조에서 벗어나 광역권의 도심·부도심을 연결해 중추거점으로 집약하는 모델을 채택했다. 직주 기능에 유락 기능을 결합한 복합도시 개발이 핵심이다. 싱가포르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고밀 개발을 추진하되, '정원 도시'를 상징하는 녹지·수변 체계를 복합도시의 직주지역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분산된 자족형 도시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잇는 '성좌(星座)형 도시'가 싱가포르 공간전략의 정체성인 셈이다.
 
창동·서남권이 선도 모델…고밀 복합개발 시동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서울에서 직주락형 역세권 개발의 최전선에 선 곳은 동북권 창동차량기지와 서남권 준공업지역 일대다.

동북권 최대 숙원인 창동차량기지 부지는 디지털바이오 산업의 거점 'S-DBC(서울 디지털바이오시티)'로의 전환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여기에 K팝 공연장 '서울아레나'와 GTX-C 노선이 지나는 창동역 복합환승센터가 더해져 자족 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구조다.

서남권 노후 준공업지역도 '2040 서울 공업지역 기본계획'을 통해 혁신 거점으로 탈바꿈한다. 준공업지역 내 공동주택 건립 시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완화해 주거·산업·문화가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재정립하고, 가용면적의 50% 이상을 산업 용도로 확보할 경우 용적률 520% 이상의 고밀 개발도 허용한다.
 
"콤팩트시티 재탕" 우려…공공이 '플랫폼 관리자'로 나서야
 
서울역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조감도 사진한화 건설부문
서울역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 조감도. [사진=한화 건설부문]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실제 사업 구현 과정에서의 진통을 경고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서울시의 역세권 복합 개발이 '현실적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역세권 토지 대부분이 사유지로,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분석이다. 주거·상업·업무 기능을 하나의 공간에 통합하는 복합 구조 자체가 시공과 운영 측면에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용적률 상향에 따른 개발 이익 배분을 두고 공공의 기부채납 요구와 민간의 수익성 확보 의지가 충돌할 경우 사업 속도가 크게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건산연은 단순한 규제 개선을 넘어 공공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플랫폼 관리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구조적 한계와 사유지 개발의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번 정책 역시 과거의 '콤팩트시티' 논의를 반복하는 데 그칠 수 있다"며 "실질적인 수익성 보전과 신속한 행정 절차 지원이 이번 직주락 활성화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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