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총성도 살리지 못한 트럼프의 정치…'말'은 '삶'을 이길 수 없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힐튼호텔에서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장에 괴한이 난입해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피시켰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힐튼호텔에서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장에 괴한이 난입해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대피시켰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금 우리는 하나로 뭉쳐 미국인으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난 2024년 7월, 대선 유세가 한창이던 펜실베이니아에서 울려 퍼진 트럼프의 이 한마디는 미국 대선의 흐름을 단숨에 바꿔놓았다. 암살 시도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트럼프는 이미 대통령이 된 것처럼 사뭇 다른 태도로 통합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는 피 묻은 얼굴로 성조기 아래 주먹을 불끈 쥐었던 사진과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서사'로 자리매김했고, 트럼프는 당초 박빙이 될 것이라던 그해 대선에서 손쉽게 승리했다.

사실 트럼프는 집권 1기 동안 '의회 폭동 사태'를 지지하는 등 통합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그가 피를 흘리며 던진 통합의 메시지는 극단으로 치닫던 미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고, 유권자들은 '이번에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기대 섞인 마음으로 그에게 표를 던졌다. 일각에서 '총격 기획설'이 나올 만큼 그 서사는 완벽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트럼프 2기'의 현실은 어떠한가.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를 넘어 '상상 그 이상'이다. 피아를 가리지 않고 난사한 관세 폭탄은 세계 경제를 마비시켰고, 올해 들어서는 이란 전쟁을 통해 전 세계에 '트럼프 리스크'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각인시켰다. 취임사에서 약속했던 '피스메이커'와 '통합자'의 면모는 온데간데 없고, 미국과 세계의 분열을 조장하는 '트러블메이커'의 모습만 남았다.

그러던 중 최근 백악관 근처에서 열흘도 안 된 사이에 2건이나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달 25일 발생한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장 총격 사건은 2년 전 펜실베이니아 암살 시도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트럼프는 이 사건 이후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해결해야 한다"며 또다시 통합의 메시지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2년 전과는 달리 그 무게감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 역력하다. 지난 1년여간 보여준 그의 파괴적 행보가 말의 진정성을 완벽히 퇴색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선 유세 당시에는 총격 사건 이후 지지율이 크게 올랐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연이은 총성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줄곧 바닥을 기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의 역설'은 지방선거를 1달 앞둔 우리에게도 묵직한 시사점을 던진다. 공인의 메시지는 말이 아니라, 그가 걸어온 발자국에 의해 채색된다는 본질적인 진리 말이다. 이제 곧 전국의 골목마다 지역 발전과 주민 통합을 외치는 후보자들의 열띤 유세가 시작되겠지만, 우리는 선거철에 급조된 수사가 아니라 그들이 평소에 지켜온 삶의 궤적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평소 혐오와 갈등을 자양분 삼아 정치를 해온 인물이 선거철에만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기만이다. 재원 조달 방안이나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던지는 공약 역시 트럼프의 '피스메이커' 약속만큼이나 허망할 뿐이다. 또한 지방정부의 장이 의회 및 정부와 협치하지 않고 독주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트럼프의 통합 메시지가 힘을 잃은 이유는 그의 길에 '통합'의 흔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우리 유권자들에게 넘어왔다. 후보자들이 쏟아내는 말에 취하기보다, 트럼프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말'이 아닌 '삶'으로 자신을 증명해온 지도자를 찾아내야 할 때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