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협상 진전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국제유가는 하루 만에 7% 가까이 급락했고, 뉴욕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역시 장중 7,500선을 처음 돌파했고, 원·달러 환율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시장은 중동 리스크가 예상보다 이른 속도로 완화될 가능성에 베팅하는 분위기다. 주말과 찾아오는 중동발 희망고문이다.
미국과 이란은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가능성을 논의 중이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 제한과 핵시설 가동 중단, 미국의 단계적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합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언급하며 기대를 키웠다. 시장 입장에서 보면 유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충격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이 낮아진 셈이다. 다만 현재 시장 흐름에는 다소 불균형적인 낙관도 함께 반영돼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은 이미 ‘전쟁 이후’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지만, 실제 협상은 여전히 핵심 쟁점의 입장 차가 큰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평화 체제 구축’보다는 ‘확전 가능성 완화’에 대한 안도감에 더 가깝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실제로 미국은 군사 압박과 해상 봉쇄를 유지한 채 협상을 병행하고 있고, 이란 역시 통항 통제 권한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즉 군사적 긴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잠시 낮아진 상태에 가깝다.
특히 이번 사태는 국제 질서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함의를 남긴다.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지정학적 협상 카드로 활용되면서, 에너지 안보와 해상 자유 항행 체계의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중동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물류·금융 시스템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 반도체주가 동시에 급등락한 것도 결국 이 해협의 불안정성이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준다.
한국 경제가 이번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 원유 수입과 해상 운송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유가와 환율 안정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현재 상황을 구조적 안정 회복으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변수들이 적지 않다. 외국인 자금 흐름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에 기반한 단기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결국 시장은 지금 “최악은 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반응하고 있다. 그것이 실제 지속 가능한 합의와 질서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협상 내용과 이행 과정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이번만큼은 반복돼온 중동발 불안이 단기적 기대감에 그치지 않고, 보다 안정적인 국제 질서 복원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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