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베니스 비엔날레 대만관 달군 韓 퍼포먼스

  • '스크린 멜랑콜리: 리이판'서 20분간 공연…박수갈채

  • 작가 얼굴과 몸 갖춘 플라스틱 인형…산듯 죽은듯 묘한 긴장

  •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 질문

  • "언젠가 정식 초대전 무대에 서고 싶어"

홍은주 작가 사진윤주혜 기자
홍은주 작가가 7일(현지시간) 대만관이 있는 Palazzo delle prigioni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윤주혜 기자]

"브라보!" 

7일(현지시간)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 대만관 오프닝에서 퍼포먼스 '내가 환희에 젖어 있을 때 그녀는 절망에 차 있었다(She seemed devastated, when I was weeping with joy)'가 끝나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퍼포먼스의 주인공은 한국 작가 홍은주와 퍼포머 김이이수다. 두 사람은 대만관 예술감독 라파엘 폰세카가 기획한 리이판의 '스크린 멜랑콜리: 리이판'에서 약 20분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전 참석 신청자는 대만관 수용인원(170명)을 웃도는 200명 이상으로, 기대 이상의 관심을 끌었다. 남은 공연은 두 차례.

퍼포머와 인형은 뒤엉키며 밀고 당기는 몸짓을 이어갔다. 슬며시 다가갔다가 몸싸움하고, 손가락을 살살 펼쳤다가 뺨을 때렸다. 인형은 살아있는 듯 죽은 듯, 사람과 사물의 경계를 오가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이날 만난 작가 홍은주는 "2024년에 대만 타이베이 레지던스에서 전통 인형극 형식을 접했다"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전통 인형극 형식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점에 흥미를 느껴 퍼펫을 활용한 퍼포먼스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인형은 작가 자신의 얼굴과 몸을 3D 스캔으로 본떴다. "(인형이) 몇 달 동안 집에 앉아 있었어요. 내 얼굴이 굴러다녔죠. 또 지나다니면서 내 얼굴을 봤어요. 생경한 경험이었어요. 유체 이탈에 가까운 기분이었죠."

대만관 작가 리이판과는 2024년부터 교류를 이어왔다. 둘은 '멜랑콜리'란 지점에서 서로의 작업이 공명한다고 봤다. 그러던 중 대만관 큐레이터의 제안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무대에 서게 됐다. 
 
사진윤주혜 기자
[사진=윤주혜 기자]

홍은주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는 "인형은 바닥에 내쳐지는 등 고통받는 몸"이라며 "플라스틱이지만, 그럼에도 관객들이 인형을 보면서 연민을 느끼길 바랐다"고 말했다. 

"비록 진짜 몸이 아니더라도 바닥에 끌리고 고통받고 상처받는, 인간을 대리하는 존재를 보면서 연민을 느낀다면, 그것이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조건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전쟁한다거나 타인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면 인간답지 못한 것이죠." 

인형은 물과 피가 모두 빠져나간 인간의 몸일 수도 있다. 홍은주의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끈적한 눈물을 흘리셨다. "사람은 죽기 전 모든 액체를 비워내죠. 대변도 나오고 눈물도 나와요. 반면 플라스틱 인형은 액체와는 전혀 상관없는 신체죠." 

독일에서 활동 중인 홍은주는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자주 찾았다. 그때마다 "언젠가는 이 곳에 오게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 지금은 "언젠가는 정식 초대전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빠르게 이곳에서 작업을 선보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비엔날레 이름이 주는 부담감이 컸죠. 그런데 막상 오늘은 별로 안 떨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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