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의 세포들'은 세포들과 함께 먹고 사랑하고 성장하는 평범한 유미(김고은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2년 시즌1을 시작으로 2026년 시즌3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동안 '유미'의 삶과 성장의 순간을 차곡차곡하게 쌓아왔다.
드라마 '미스터 백' '쇼핑왕 루이' '부암동 복수자들' '아는 와이프' '나 홀로 그대' '반의반' '마이 유스' 등을 연출해온 이상엽 감독은 세 시즌에 걸쳐 '유미의 세포들'을 끝까지 이끌어왔다. 긴 시간을 지나온 만큼 마지막 시즌을 마무리하는 감정도 남달랐다.
"큰 숙제를 마무리한 기분이었어요. 열심히 해냈는데 '숙제 잘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했고요. 마지막 시즌을 마무리하면서는 참 울컥하더라고요. 시청자분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셔서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처음 이 원작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했을 때는 유미의 연애, 사랑과 이별, 그리고 작가로서의 성장까지 담아보자는 게 큰 방향이었어요. 그래서 시즌1, 2에서는 바비와의 연애가 끝나고 작가로 데뷔하는 과정까지를 첫 기획으로 잡았죠. 사실 시즌3는 그때만 해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 시즌1, 2가 너무 큰 사랑을 받으면서 시즌3를 준비하게 된 거죠. 그래서 정말 '큰일 났다, 어떡하지' 하는 마음으로 작가님과 머리를 많이 맞댔어요. 작가님도 원작을 너무 좋아하시고 저도 원작 팬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마무리를 만들 수 있을지 끝까지 고민했고 그렇게 시즌3까지 오게 됐습니다."
시즌3에서 유미와 순록의 로맨스는 이른바 '혐관(혐오관계)'의 결을 바탕으로 다시 짜였다. 원작보다 두 사람의 나이 차도 더 크게 설정됐다.
"원작을 보면 유미와 순록의 연애는 알콩달콩한 순간이 많은데 갈등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요. 그런데 드라마는 갈등의 기승전결이 있어야 이야기가 되고 또 재미있게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 지점을 고민하다가 '혐관'이라는 키워드를 가져오게 됐어요. 이미 성공한 작가가 된 유미가 먼저 짝사랑을 하게 되는데 그 마음 앞에 어떤 장벽이 있으면 좋을까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나이 차이가 조금 더 벌어져 있으면 유미가 좋아하면서도 '내가 좋아해도 되나' 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겠다고 봤어요. 그런 재미를 조금 더 극적으로 주기 위해 원작보다 차이를 뒀는데 생각보다 더 크게 받아들여주셔서 조금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신순록' 역을 맡은 김재원에 대한 관심도 컸다. 원작에서 신순록은 유미의 마지막 연애와 결혼 서사를 함께 써 내려가는 인물인 만큼 시즌3의 핵심 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미팅을 했는데 그냥 '순록이다'라는 느낌이 정말 있었어요. 작가님과 저를 함께 만나는 자리였으니까 재원 배우도 신인으로서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 긴장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그 모습이 오히려 순록 같았어요. 자기 나름의 갑옷처럼 두툼한 수트를 입고, 안경을 끼고, 단정하게 앉아 있는 상태에서의 순록의 마음과 비슷하겠구나 싶었죠. 귀여워 보이기도 했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어요. 저 정도면 충분히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미의 사랑은 시즌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찾아왔다. 구웅과 유바비를 지나 신순록이 등장하는 시즌3에서 제작진은 원작과의 '싱크로율'만큼이나 유미와 맞닿았을 때 생겨나는 케미스트리를 중요하게 여겼다.
"저는 일단 키 큰 남자랑 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재원 배우는 눈동자가 까맣고 맑은 느낌이 있어서 웹툰 속 이미지와도 잘 맞는다고 봤고요. 무엇보다 투샷이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미팅을 하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다행이다,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죠."
시즌3의 유미를 이야기하며 이상엽 감독은 다시 김고은을 떠올렸다. 세 시즌을 함께한 배우지만 이번에도 기대 이상의 얼굴을 보여줬다고 했다. 특히 성공한 작가로서 약간의 여유와 권태를 품고 시작하는 시즌3의 유미는 그사이 김고은이 배우로 쌓아온 시간과 자연스럽게 맞물렸다고 봤다.
"워낙 좋은 배우잖아요. 시즌1, 2 때도 항상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해내는 배우였어요. 모니터를 보면서 혼자 낄낄거릴 때도 많았거든요. 시즌3에서 유미는 성공한 작가로서의 여유를 가진 상태에서 시작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고은 씨가 그사이에 다양한 작품을 해오고 좋은 경험들을 쌓아온 흐름과 너무 잘 맞아떨어졌어요. 성공한 작가 유미가 느끼는 권태로움이나 한계 같은 감정도 기대 이상으로 잘 표현해줬습니다."
이상엽 감독이 생각하는 유미의 매력은 화려함보다 친근함에 가까웠다. 주변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인데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반짝이는 사람. 그는 김고은이 바로 그 결을 자연스럽게 살려냈다고 했다.
"유미의 가장 큰 장점은 평범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반짝거리는 사람이라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도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고 있잖아요. 원작에서도 그런 부분이 중요했고 드라마에서도 잘 살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고은 씨와 준비할 때도 동시대의 공감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어요. 비슷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살리자고 했고, 고은 씨가 그걸 정말 잘해줬습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형식은 '유미의 세포들'의 또 다른 특징이었다. 시즌을 거듭하며 기술적 완성도와 표현의 디테일도 조금씩 달라졌다.
"스케일을 키운다기보다는 디테일이 좋아진 것 같아요. 유미 마을에 홍수가 나는 장면만 봐도 물 표현이 시즌1부터 시즌3까지 다 달라졌거든요. 물 애니메이션이 정말 어려운데 이제는 충분히 구현할 수 있게 됐어요. 감성이의 불 표현도 물만큼 어려운데 그런 것들도 더 리얼하게 할 수 있었고요. 하트 피버 같은 장면도 훨씬 화려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건 기술적인 발전과 노하우가 쌓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마지막 결혼식 장면은 원작 팬들에게도 중요한 장면이었다. 이상엽 감독 역시 원작 팬의 마음으로 꼭 담고 싶었다고 했다. 가능한 한 원작의 이미지를 살리려 했고, 그 과정에서 자신도 자연스럽게 팬심을 발휘하게 됐다고 말했다.
"저도 원작 팬으로서 꼭 하고 싶었던 장면이었어요. 원작에 작가님이 써놓으신 장면이 있었고 최대한 비슷하게 준비하려고 했죠. 커튼 앞에서 하는 장면이 있는데 결혼식장 구조상 완전히 똑같이 하기는 어려워서 배경은 조금 달라졌지만 팬심을 발휘해서 찍었습니다. 끝나서 후련하기도 했고 동생을 결혼시키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유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세 시즌 동안 유미의 곁에는 구웅, 유바비, 신순록이 차례로 머물렀다. 이상엽 감독은 세 인물 모두 각자의 장점과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유미의 성장 역시 이 관계들을 지나며 완성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마음이 쓰이는 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연출 입장에서 보면 웅이는 가장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친구 같은 남자였고, 바비는 너무 완벽하지만 치명적인 결점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그래도 유미가 작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해준 사람이기도 하니까 그 부분은 충분히 칭찬해줄 수 있고요. 순록이는 설레는 남자친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20대 때 마음 졸이는 연애를 했다면 이제는 안심할 수 있고 듬직한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봤죠. 웅이와 바비가 있었기 때문에 순록이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연애의 경험과 성장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게 '유미의 세포들'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시즌3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무엇보다 팬들의 지지가 있었다. 이상엽 감독은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유미를 끝까지 응원하고 함께 울컥해준 시청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시즌3는 시즌1, 2를 사랑해주신 팬들의 지지와 응원이 없었다면 만들어질 수 없었어요. 저는 유미를 키운 건 팬들이라고 생각해요. 끝까지 응원해주시고 지지해주시고 박수쳐주셨으니까요.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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