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는 취임과 동시에 93조 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 AI 중심 전략, 내부통제 전면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며 농협금융을 ‘관리 금융’에서 ‘판단 금융’으로 이동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앞에는 협동조합이라는 특수한 지배구조, 반복된 금융사고, 자본 유출 구조라는 현실의 벽이 놓여 있다. 거시를 설계하던 관료가 과연 시장의 전장에서 승부를 거는 금융 기업가로 변신할 수 있는가. 이찬우 리더십의 본질은 이 질문에 있다.
[ 거시의 눈으로 금융을 보다]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리더십을 이해하는 출발점은 ‘시야’다. 그는 금융을 단순히 예대마진을 관리하는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자원 배분 장치로 본다.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세계은행을 거친 이력은 그에게 시장을 넘어서 구조를 읽는 능력을 부여했다. 그래서 그의 문제의식은 명확하다. 한국 금융은 더 이상 이자 중심 구조로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진단 자체는 틀리지 않다. 문제는 진단 이후다. 거시경제 관료의 강점은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방향이 아니라 실행에서 나온다.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고, 경쟁자는 먼저 움직인다.
이찬우는 취임 직후 화려한 비전 대신 현장을 찾았다. 콜센터를 방문하고,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방식으로 조직 내부를 점검했다. 이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위에서 설계하는 금융’에서 ‘현장에서 작동하는 금융’으로 내려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은 상징으로 바뀌지 않는다.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결국 이찬우 리더십의 첫 번째 과제는 ‘시야의 실행화’다. 거시적 판단을 실제 자본 배분과 조직 운영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 이 간극을 넘지 못하면 그의 리더십은 정책의 언어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 93조 생산적 금융, 선언을 넘어 구조를 바꿀 수 있는가]이찬우 체제의 핵심 전략은 93조 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이다. 그는 이를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금융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전환으로 규정했다.
이 전략의 의미는 분명하다. 농협금융이 더 이상 담보 중심의 안정적 대출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과 기술로 자본을 이동시키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보면 명확한 ‘판단 금융’이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미래에 투자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다. 협동조합 체제 아래에서 수익의 일부가 농협중앙회로 이전되는 구조는 투자 여력을 제한한다. 자본이 묶이면 전략은 실행되지 않는다. 이는 이찬우 리더십이 마주한 구조적 한계다.
따라서 93조 생산적 금융의 성패는 금액이 아니라 ‘질’에 달려 있다. 실제로 얼마나 산업에 자본이 흘러갔는지, 얼마나 새로운 기업을 키웠는지, 얼마나 장기적 가치를 만들어냈는지가 핵심이다.
이 전략은 아직 시작 단계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이찬우는 금융을 바꾸려 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이 그를 따라갈 수 있느냐다.
[ AI 전략, 기술이 아니라 ‘판단 구조’의 재설계다]
이찬우의 AI 전략은 기존 금융권과 결이 다르다. 그는 AI를 단순한 업무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금융의 판단 능력을 확장하는 시스템으로 본다. ‘초지식화·초자동화·초개인화’라는 세 가지 키워드는 이 방향을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녹색여신 판단 시스템 구축은 상징적이다. ESG를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여신 판단 과정에 반영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이 아니라 판단 구조의 변화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초기 단계다. 대부분의 금융기관처럼 농협금융 역시 AI를 고객 서비스나 내부 업무 자동화에 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AI 시대 금융의 핵심은 ‘누가 판단하는가’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험을 계산할 수는 있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따라서 AI가 진정한 경쟁력이 되려면 리스크 평가, 자본 배분, 내부통제까지 들어가야 한다.
이찬우는 이 방향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AI 전략은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문제다.
데이터, 권한, 책임 구조가 동시에 바뀌어야 한다.
이 변화가 완성될 때 AI는 비로소 금융의 ‘도구’가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
[ 비은행 확대, 구조 전환의 기회와 불균형의 위험]농협금융의 체질 변화는 비은행 부문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NH투자증권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그룹 수익을 견인하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신호다.
은행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자본시장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은 금융지주로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특히 금리 하락 국면에서는 이자 수익만으로는 성장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비은행 전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보험 계열사의 부진과 수익 구조 불균형은 여전히 문제다. 특정 계열사에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위험하다.
더 큰 문제는 자본 효율성이다. 농협금융은 지배구조 특성상 수익이 완전히 재투자되지 않는다. 이는 비은행 확장의 속도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결국 비은행 전략의 핵심은 단순한 확장이 아니다.
수익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증권, 보험, 자산관리, 디지털 금융이 결합된 구조가 필요하다.
이찬우는 그 방향을 제시했지만 아직 구조적 전환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 내부통제와 자본 구조, 현실의 벽을 넘을 수 있는가]
이찬우 리더십의 가장 큰 시험은 내부통제다. 450억 원대 금융사고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조직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그는 무관용 원칙과 책임 구조 강화를 내세웠다. 책무구조도 도입과 내부통제 강화는 중요한 조치다. 그러나 금융에서 내부통제는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문제는 문화다.
성과 압박과 리스크 회피가 동시에 작동할 때 조직은 문제를 숨기게 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사고는 반복된다.
또 하나의 현실적 장벽은 자본 구조다.
농협중앙회로의 자본 이전 구조는 투자 여력을 제한한다.
이는 단순한 재무 문제가 아니다. 전략 실행의 근본 조건이다.
결국 이찬우 리더십은 두 가지 문제로 수렴된다.
첫째, 내부통제를 구조화할 수 있는가
둘째, 자본을 자유롭게 배분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전략도 완성될 수 없다.
[SWOT 분석]강점(Strength)
이찬우는 거시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동시에 이해하는 전략형 리더다. 93조 생산적 금융, AI 전략, 내부통제 개편 등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정책과 시장을 연결하는 통찰력이 강점이다.
약점(Weakness)
관료적 리더십은 실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내부통제 실패와 자본 유출 구조는 구조적 한계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도 아직 불균형 상태다.
기회(Opportunity)
AI 금융, 산업 금융 확대, 자본시장 성장 등은 농협금융의 구조적 기회다. 특히 생산적 금융은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위협(Threat)
협동조합 구조, 자본 유출, 내부통제 리스크, 경쟁 심화가 주요 위협이다. 특히 구조적 제약이 가장 큰 리스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