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중동 지정학 리스크와 반도체 업종 급락 여파 속에 혼조세로 마감하면서 국내 증시도 단기 변동성 확대 국면에 진입할 전망이다. 최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8000선을 돌파한 이후 급등 피로감이 누적된 가운데 미국 반도체주 조정과 엔비디아 실적 경계감이 겹치며 지수 상단을 제한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2% 상승한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7%, 나스닥지수는 0.51% 하락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47% 급락했다.
시장은 장 초반부터 중동 리스크와 금리 부담, 기술주 차익실현 매물이 겹치며 크게 흔들렸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연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미 국채금리 급등세가 진정됐고, 이에 따라 증시 낙폭도 일부 축소됐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약세가 두드러졌다. 시게이트 최고경영자(CEO)가 JP모건 콘퍼런스에서 신규 공장과 장비 증설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메모리 공급 병목 우려가 부각됐다. 이에 시게이트는 6.87%, 마이크론은 5.95% 하락했다. 샌디스크 역시 5% 넘게 밀리며 메모리 관련주 전반에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과정에서 대만 방위 문제와 관련해 불확실한 메시지를 내놓은 점도 반도체 공급망 우려를 자극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기대감으로 급등했던 반도체주에 부담 요인이 집중되면서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증시는 전날인 18일 미국 나스닥 급락과 미 국채금리 상승 부담 속에서도 장중 낙폭을 만회하며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는 장 초반 7100선대까지 밀렸지만 삼성전자 노사 리스크 완화와 저가 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전 거래일 대비 0.31% 상승한 7516.04에 마감했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1.66% 하락한 1111.09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과 개인은 각각 1조3912억원, 2조2086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3조6515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는 법원이 노조를 상대로 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는 소식에 3.88% 상승했고 SK하이닉스도 1.15% 올랐다. 전기·전자 업종이 2.01% 상승하며 지수 반등을 이끌었다.
다만 이날 국내 증시는 미국 반도체주 급락 영향으로 장 초반부터 반도체 중심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MSCI 한국 ETF는 1.54% 하락했고 코스피 야간선물도 1.88% 내렸다.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500.30원으로 마감한 뒤 야간거래에서 1492.90원까지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코스피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코스피는 지난 5월 15일 장중 8000선을 돌파하기까지 7000선 돌파 이후 단 8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전 구간 대비 상승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던 만큼 단기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미국 10년물 금리 상승과 중동 리스크 등 외생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8000선 돌파 이후 속도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장중 변동성 확대가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추세 훼손보다는 속도 조절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1배 수준으로 과거 평균 대비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기업 이익 모멘텀도 개선되고 있어서다. 실제 코스피 12개월 선행 이익 증가율은 4월 전년 동기 대비 197%에서 5월 214%로 확대됐다.
이번 주 예정된 주요 이벤트도 증시 방향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19~20일 열리는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 2026 행사와 21일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대표적이다. AI 투자 확대 기대감이 재차 부각될 경우 최근 조정을 받은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기술주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고 있지만 업종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미·이란 협상 불확실성과 금리 부담이 남아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실적과 AI 성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한영 LS증권 연구원은 “오펜하이머와 UBS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도 AI 반도체 장기 성장성 자체는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유틸리티·통신·제약 등 방어적 섹터를 병행하는 포트폴리오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주도주 비중 축소보다는 조정 시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경우 공급 병목 우려가 오히려 가격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실적 개선 흐름은 유효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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