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서야. 무슨 이상한 냄새 안나?”
9년간 서로를 사랑하며 착실히 살아온 동성 연인 선우(손수현)와 희서(박가영)는 일명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았다는 뜻)로 작은 아파트를 마련했다. 드디어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희망에 부푼 채 작지만 큰 행복을 누리며 마음이 들떴을 시점, 영화는 어쩐지 이들의 희망적인 모습보다 대출이자에 허덕이며 다투는 모습을 먼저 보여준다. 마치 앞으로 영화에선 절대 희망은 보이지 않을 거라는 암시를 주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주인공 선우는 태권도장 사범이었지만 다리를 다쳐 생활비를 벌 수 없는 상황이다. 선우의 몫까지 벌어야 하는 직장인 희서는 늘 어딘가 피곤해 보인다.
영화는 집의 이상적인 면이 아닌 현실적인 이면을 들여다보는 데 중점을 둔다. 많은 청년들이 그렇듯 집은 단순한 부동산의 개념을 넘어섰다. 더 나은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이자, 지친 하루 끝 신발을 벗고 몸을 눕히고 서로가 안전하게 머물 공간이다. 그러나 이 행복을 얻기 위해 매달 100만 원의 대출이자를 내야 하는 이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영화는 다소 어두운 복도, 죽은 사람이 남긴 공간, 점차 표정이 사라지는 사람들의 얼굴 등 빛이 아닌 사람들의 그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이웃
영화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우는 아랫집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악취’를 맡는다. 선우는 이 ‘악취’ 문제를 해결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 믿지만 ‘악취’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과정에 아파트 주민들의 혐오와 부조리가 등장한다. 불안과 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고립감이 선우와 희서를 감싸고 겨우 얻어낸 ‘1401호’ 라는 공간 속에서도 이들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영화 속 집은 계급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공포의 공간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가장 깊은 외로움이 머무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의 안전과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집’은 영화 속에선 ‘종착역’이기 보단 ‘또 다른 시험장’으로 작용한다.
극이 갈등으로 치달을수록 문제의 중심은 악취에서 ‘사람’으로 옮겨간다. ‘악취’의 진원을 찾기 위해 나선 선우를 아파트 사람들은 오히려 멀리한다. 결국 경찰까지 대동해 찾은 아랫집 1301호엔 고독사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고 사람들은 이 문제로 연결되기보다 거리를 둔다. 사람이 죽은 자리엔 집값에 대한 걱정만이 팽배하다.
선우는 이 과정에서 점차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서도 혼자라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한다. 주민들과 대화하지만 이해 받지 못하고, 같은 공간에 있지만 완전히 소속되지 못한다는 감각이 커진다.
결국 영화는 ‘냄새’라는 은유를 통해 사회적으로 만연한 ‘나와는 다른 것’에 대한 혐오를 그린다. 극 안에서 ‘나와 다른 것’은 홀로 고독사한 노인이거나, 동성 연인과 또 다른 가족을 이루며 사는 여성, 혹은 스스로의 생각 범위 안에 없다고 느끼는 그 어떤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공동주택 비율이 높은 사회다. 가장 가까이 살지만 관계는 점점 최소화되고 있다. 공동체는 사라지고,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익명의 사람들만 남는다. 그래서 영화 속 아파트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현대인의 거리감을 압축한 작은 사회처럼 보인다.
혐오는 특별한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다
아파트 주민 사이 선우와 희서가 연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변의 시선은 미묘하게 달라진다. 누군가는 불편해하고, 누군가는 모른 척하며, 누군가는 조용히 거리를 둔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 속에 특별한 악인이 없다는 것이다. 노골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다. “괜히 문제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돌아서는 사람, “조금 불편하다”며 선을 긋는 사람들이다.
영화 속 선우와 희서를 향한 시선도 그렇다. 처음에는 단순한 생활 문제였던 갈등은 고독사한 1301호의 내밀한 사연을 조명하며 더욱 심화되고 사람들의 혐오 발언 속 선우와 희서 두 사람의 관계 또한 흔들린다. 선우는 그럼에도 이 공동체에서 자신이 받아 들여질 수 있는 존재였는지 확인하고 싶다.
결국 ‘럭키, 아파트’가 이야기하는 건 성 소수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벽 하나 사이에 두고도 끝내 연결되지 못하는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다.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는 가장 비싼 집을 갖게 됐을지 몰라도 가장 외로운 집을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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