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상한도 폐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사실상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제도를 제도화한 셈이다. 노조는 당초 영업이익 15% 지급과 상한 폐지를 요구했고, 사측은 막판 절충 끝에 이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총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는 점에서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기업 경영 측면에서 보면 이번 합의는 적지 않은 후폭풍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처럼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하는 방식은 자칫 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당장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독배를 마시는 '음짐지갈(飮鴆止渴)'의 우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
반도체 산업은 일반 제조업과 차원이 다르다. 업황 사이클은 극단적으로 출렁이고, 호황기에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다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쏟아부어야 살아남는다. 삼성전자 역시 수십조원 규모의 선단공정 투자와 HBM,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과 대만, 중국 기업들은 국가 차원의 지원까지 등에 업고 반도체 패권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이익 일부를 사실상 자동 배분 구조로 묶어버리면 투자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게 더욱 걱정스럽다. 이미 조선·전력기기·방산 업종은 슈퍼사이클에 올라탔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수년치 수주잔고를 확보했고, 효성중공업·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업체들도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방산 역시 중동·유럽 수출 호조로 초호황 국면이다.
노동자들의 기여를 폄훼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현장 엔지니어와 연구 인력의 헌신에서 나온다. 성과가 나면 합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원칙도 틀리지 않다. 문제는 방식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투자 경쟁력을 훼손하는 구조라면 결국 그 부담은 다시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TSMC·인텔·중국 업체들과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경쟁국들 배만 불릴 뿐이다. 기업은 이익 창출이 최대 목표이지만 동시에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조직이다. 특히 장치산업은 호황기 이익을 미래 불황에 대비한 투자 재원으로 축적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이번 합의가 산업계 전반에 걸쳐 위험한 도미노로 작용할까 우려스럽다. 성과급은 필요하지만 미래 투자 숨통까지 조이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 배분 논리가 아니라, 기업의 장기 생존과 산업 경쟁력을 지켜낼 균형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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