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인베스트먼트는 하이브, 노타 등을 초기 발굴한 국내 대표 벤처캐피탈(VC)이다. 지난해 8개 기업을 기업공개(IPO) 시장에 데뷔시킨 데 이어 올해도 무신사를 포함해 총 8개사의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2년 만에 전체 포트폴리오의 13%에 달하는 16개 기업을 시장에 올리는 기록이다.
이러한 성과를 이끄는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올해로 35년차를 맞은 베테랑이다. 박 대표는 여전히 매주 투자사 대표들과 조찬 모임을 하고 해외 글로벌 VC 리더들을 직접 만나 현장을 지키고 있다.
박 대표가 시장에 던진 화두는 '현장'과 '깊이'였다. 박 대표는 "투자자로서 후배들과 시장에 가장 강조하고 싶은 정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며 "남들이 좋다고 하니 우르르 줄 서서 쫓아가는 유행성 오픈런 투자를 지양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본질을 깊이 파고드는 소신을 갖는 게 VC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남들이 100m 파고 포기할 때, 500m 더 파고드는 깊이가 차이 만든다"
박 대표는 투자 검토 과정에서 주위의 평판이나 시장의 분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으로 유명하다. 심사역 내부나 업계 안팎에서 5명 중 4명이 반대해도 스스로 확인한 데이터에 확신이 있다면 과감하게 투자를 감행해왔다.그는 "똑같이 100m를 파보고 생각이 다르면 내가 틀린 걸 수 있지만 남들이 100m 파고 포기할 때 내가 500m를 더 깊게 파고 들어가서 찾아낸 데이터와 확신이라면 내가 맞는 것"이라며 "얼마나 그 길을 깊게 파고들었느냐가 결국 투자의 소신과 성패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철학은 트랙 레코드로 증명됐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음악 프로듀서(PD)를 넘어 음악을 산업으로 이해하는 마인드를 알아본 박 대표는 대중의 관심이 식었던 2차 투자 때도 끝까지 파트너십을 유지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스타트업을 초기 단계에 발굴해 2~3회에 걸쳐 100억 원 내외의 지속적 투자를 이어가는 장기 파트너십형 전략을 고수한다. 기술 개발, 검증, 시장 진입, 상용화, 해외 확장 등 중요한 전환점마다 후속 투자를 통해 동반자 역할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실제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기업 노타의 경우 세 번에 걸쳐 총 107억원을 지속 투자하면서 지분을 확보해 성과를 냈고 AI 사이버 인텔리전스 기술 기업 S2W와 바이오 플랫폼 기업 프로티나 역시 이러한 전략이 반영된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상장한 리브스메드 역시 LB글로벌익스팬션투자조합을 통해 초기부터 2회에 걸쳐 투자를 지속해왔다.
그는 "다 좋다고 하는 기업은 몸값이 비쌀 수밖에 없고 거품이 끼기 쉽다"며 "누군가는 안 좋다고 외면해야 가격이 떨어지고 그때 진짜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핵심 역량을 가진 초기 기업을 찾아 오랜 기간 지켜보고 도와주며 진정한 보물로 만드는 것이 진짜 VC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발굴’과 '상장 후 매각' 조직 분리 운영…시스템으로 리스크 관리
LB인베스트먼트는 투자를 집행한 심사역에게 회수(매각)까지 맡기는 일반적인 VC 구조와 달리 기업이 상장하는 순간 회수 권한을 경영전략본부로 이관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박 대표는 "투자 업계의 오랜 격언 중 하나가 '주식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라며 "초기부터 기업을 발굴해 상장까지 이끈 담당 심사역은 해당 기업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기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통시장의 변동성에 둔감해지기 쉽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상장 주식이 되는 순간부터는 유통시장 경험이 풍부한 경영전략팀이 독립적이고 상식적인 판단 하에 매각을 주도하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며 "비상장 기업을 키워내는 영역은 우리가 잘하지만 유통시장의 타이밍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더 잘하기 때문"이라고 조직 분리 이유를 설명했다.
인력 구성 역시 산업계 베테랑 중심이다. 현재 LB인베스트먼트의 심사역들은 100%에 가깝게 산업 현장 출신이다. 최근 합류한 카이스트 박사 출신의 삼성전자 연구원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출신, 제약바이오 기업 출신 등 심사역들이 포진해 각자 자신의 전문 섹터에 집중하는 구조다.
지난 22일 출시 '국민성장펀드'…"스케일업 위한 스마트한 시도"
박 대표는 정부가 추진 중인 모험자본 활성화 정책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지난 22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 6000억원 규모의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에 대해 시의적절하다는 입장이다.박 대표는 "정부가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성장 분야를 지정하고 자금을 매칭하는 정책은 스마트하다"며 "정부가 재정과 함께 초기에 마켓플레이스 역할을 해주는 동시에 기술 기업들이 스케일업 단계에서 마주하는 성장에 훌륭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시가총액 10대 기업 중 전통 기업은 월마트 단 1개에 불과하며 나머지 9개 기업이 모두 혁신 기술 기업으로 재편된 것이 글로벌 트렌드다. 국내 증시 역시 이러한 메가 펀드를 통해 글로벌 데카콘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올해 최대 IPO 대어로 꼽히는 투자사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상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무신사는 자체 PB(무신사 스탠다드)와 강력한 마켓플레이스, 오프라인 시스템까지 독보적으로 구축한 플랫폼"이라며 "한국 콘텐츠와 제품에 대한 글로벌 선호도가 높아지는 타이밍에 맞춘 해외 진출 전략까지 고려하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시대, 강력한 데이터와 도메인 역량 결합해야 승자"
과거 1990년대 말 닷컴 열풍과 모바일 혁명을 모두 최전선에서 경험했던 박 대표는 현재의 AI 바람이 과거보다 최소 3~5배는 더 강하다고 진단했다.박 대표는 "지금까지의 AI가 데이터센터나 소프트웨어 화면 안에 머물렀다면 앞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로봇이나 제조 라인 등 물리적 영역으로 나오는 피지컬 AI"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가 현장에서 찾고 있는 진짜 수익을 내는 AI 기업의 조건은 명확하다. △차별화된 빅데이터 △이를 정제하고 인사이트를 읽어낼 수 있는 도메인 지식 △독보적인 AI 기술력의 삼박자다.
그는 "정제되지 않은 일반 데이터는 쓰레기에 가깝다"며 "막강한 의료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면서 메디컬 인사이트로 이를 풀어내는 기업, 독보적인 제조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정을 혁신하는 기업처럼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AI를 결합한 버티컬 AI 회사들이 결국 승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복사해 읽으면서 꿈을 키웠던 청년은 이제 대형 VC를 이끄는 수장이 됐다.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투자의 결과는 결국 펀드를 청산하고 투자자(LP)들에게 현금으로 돌려줄 때 명백하게 증명되는 것"이라며 "남의 자금을 운용하는 만큼 철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비해 국내 펀드 운용 기간이 짧은 터프한 환경이기에 자산 가치(NAV)와 실제 분배율(DPI)의 밸런스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며 "35년간 현장에서 쌓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들을 후배 심사역들과 나누면서 우리 벤처 생태계가 더 건강하게 돌아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