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피오르드'가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 작품으로 4년 만에 경쟁 부문에 진출한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수상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피오르드'는 2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작품은 루마니아계 노르웨이인 부부가 외딴 마을로 이주한 뒤 자녀 양육 방식과 종교적 문제를 두고 이웃들과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은 수상 직후 무대에 올라 "큰 변화를 이뤄내자고 요구하기 전에 우리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문주 감독은 앞서 '4개월, 2주 그리고 2일'로 2007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신의 소녀들'로 2012년 각본상, '졸업'으로 2016년 감독상을 받으며 칸과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러시아 감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미노타우로스'에 돌아갔다. '미노타우로스'는 2022년 러시아를 배경으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안팎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며 삶이 흔들리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인력을 차출해 보내야 하는 기업인으로서의 고민과 아내의 외도를 알게 된 남편의 고뇌를 드라마와 스릴러로 풀어냈다.
'카워드' 주연 배우 에마뉘엘 마키아·발라탱 캉파뉴, 제79회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감독상은 공동 수상으로 결정됐다. 스페인 영화 '라 볼라 네그라'의 하비에르 암브로시, 하비에르 칼보 감독과 폴란드 영화 '파더랜드'의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이 함께 수상했다.
'라 볼라 네그라'는 스페인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미완성 희곡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 각각 1932년과 1937년, 2017년을 살아가는 세 남자가 욕망과 상처로 연결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올해 칸에서 처음 공개된 뒤 20분에 달하는 기립박수로 화제를 모았다.
'파더랜드'는 194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토마스 만이 딸 에리카와 독일을 가로지르는 출장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82분 흑백 영화다. 전후 유럽의 혼란과 가족의 분열을 담아냈다.
심사위원상은 독일 감독 발레스카 그리스바흐의 '더 드림드 어드벤처'가 받았다. 작품은 여성 고고학자 베스카가 불가리아 국경의 작은 도시로 발굴 작업을 떠난 뒤 마을에 자리 잡은 범죄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각본상은 '노트르 살뤼'의 에마뉘엘 마레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1940년대 비시 프랑스 체제 아래에서 한 공무원이 체제의 톱니바퀴 속에 녹아드는 과정을 담았다. 마레 감독은 실제 비시 정부 공무원이었던 증조부의 편지 등 기록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박찬욱 감독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배우상은 남녀 모두 공동 수상자가 나왔다. 남우주연상은 루카스 돈트 감독의 '카워드'에 출연한 에마뉘엘 마키아와 발렌틴 캉파뉴가 함께 받았다. '카워드'는 제1차 세계대전이 길어지는 가운데 전선에서 만난 병사들이 연극 공연을 꾸리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여우주연상은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올 오브 어 서든'에 출연한 비르지니 에피라와 오카모토 다오에게 돌아갔다. 공로상 격인 명예 황금종려상은 가수 겸 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받았다. 스트라이샌드는 영상을 통해 "영화는 우리를 하나로 묶고, 마음을 열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영화계의 관심을 모았던 나홍진 감독의 '호프'는 수상에 실패했다. '호프'는 한국 작품으로는 4년 만에 칸 경쟁 부문에 진출해 기대를 모았으나 최종 수상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는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아 경쟁 부문 심사를 이끌었다. 박 감독은 미국 배우 데미 무어, 스웨덴 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 중국 감독 클로이 자오, 벨기에 감독 라우라 완델 등 9명의 심사위원과 함께 경쟁 부문 진출작 22편을 심사했다.
올해 한국 영화는 '호프' 외에도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정주리 감독의 '도라'가 감독주간에 초청되며 칸 관객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