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한강변 재건축 최대어 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의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총 공사비만 5조5610억원에 달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확보함에 따라, 그간 한강 알짜사업장을 두고 각축전을 펼쳐온 대형 건설사들의 강남권 정비사업 판도 재편도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뙤약볕 속 운동장까지 인산인해…과반 성원 채우며 시공권 확보
25일 오후 총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등학교 안팎은 섭씨 25도를 훌쩍 웃도는 초여름 날씨만큼이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실상 현대건설의 무혈입성이 예견된 자리였지만, 현장의 긴장감은 경쟁 수주전 못지않게 팽팽했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가 시공사 선정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조합 측은 참석자에게 가구당 현금 20만원을 지급하는 카드까지 꺼내 들며 성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총회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2시 30분까지 인파가 몰리면서 대강당 안팎은 극심한 혼잡을 빚기도 했다. 대강당 내부 수용 인원이 20분 만에 초과되면서, 미처 입장하지 못한 수백 명의 조합원들은 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천막 아래 모인 가운데 총회는 간신히 개회됐다.
현장 스태프들이 부채를 나눠주며 진땀을 흘리는 가운데, 대리인 위임장 접수처와 기표소 주변에서는 서류 확인 절차가 지연되면서 일부 항의가 오가기도 했다. 조합원이 아닌 배우자가 위임장 없이 참석했다가 입장을 제지당해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도 이어졌다.
이날 총회는 정족수를 상회하는 출석률을 기록하며 적법하게 성원됐다. 조합 측 성원 보고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3988명 중 2621명이 투표에 참석해 성원 정족수인 과반수 요건을 넘긴 가운데 현대건설을 최종 시공사로 낙점했다. 현대건설은 2621표 중 총 2332표(89%)의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으며 여유롭게 시공권을 거머쥐었다.
막판 잡음에도 “속도가 우선”에 조합원 표심 몰려
이날 표심의 기저에는 단순한 시공사 선정을 넘어, 향후 하이엔드 단지로서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불거진 창호 자재 변경 논란에 대해 조합원들의 우려가 쏟아지자, 현대건설 관계자가 대강당에서 이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건설 측은 “모든 마감재의 최종 확정은 건축주인 조합원들의 권한인 만큼, 향후 착공 직전 단계에서 조합과 면밀히 협의해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으며 특정 자재를 무조건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운동장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70대 여성 조합원 A씨는 “창호 마감재 문제나 대지지분 정산 같은 민감한 사안들이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았고, 경쟁입찰이 무산돼 시공사 조건이 불리해진 것 같아 단톡방에서 불만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이웃한 2구역과 4구역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가면서 집값이 크게 상승하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며 “우리만 발목이 잡혀 늦어지면 결국 주민들만 손해라는 공감대가 컸기 때문에, 일단 현대건설을 밀어줘서 사업 속도부터 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압구정동 현지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수의계약 특성상 투표 후 선거 개표와 같은 꼼꼼한 확인 절차를 거치느라 최종 확정 공고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이변은 없었다”며 “주민들의 현대건설 선호도가 비교적 높아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최고 65층 ‘원 시티’ 구상 본격화…압구정5구역도 선정 앞둬
이번 수주로 현대건설은 압구정3구역(기존 3934가구)을 최고 65층, 총 5175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이자 인근 압구정 정비사업과 연결한 ‘원 시티(ONE City)’로 탈바꿈시키는 거대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됐다. 광화문광장의 4.5배에 달하는 초대형 커뮤니티 시설과 미래형 이동수단(UAM) 포트 등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현대건설이 3구역을 확보하면서,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압구정 일대 한강변 하이엔드 브랜드 타운의 마스터플랜도 퍼즐을 맞춰가는 중이다. 지난 23일에는 삼성물산이 87.4%의 찬성률로 공사비 2조1000억원 규모의 압구정4구역(1662가구)에 ‘래미안 깃발’을 꽂은 바 있다.
삼성물산에 이어 현대건설이 3구역을 품으며 강남권 정비사업의 지형도가 요동치는 모양새다. 특히 업계의 시선은 오는 30일 결판이 나는 압구정5구역(1조4960억원)으로 향하고 있다. 5구역은 2·3·5구역을 하나의 거대한 ‘현대타운’으로 묶으려는 현대건설과, ‘아크로 압구정’을 전면에 내걸고 파격적인 금융 조건 등을 제시한 DL이앤씨가 충돌하는 2파전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4구역을 품은 삼성물산과 최대어 3구역을 거머쥔 현대건설의 연이은 수주로 압구정 재건축은 단순한 사업 수주를 넘어 상징적인 각축장이 되고 있다”며 “5구역의 향방까지 결정되면, 한강변 초고층 명품 대단지 조성이 마침내 본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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