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미로운 치아백서] 의료 대란 2년, 치과는 어떻게 달랐나

  • 위기가 드러낸 동네 치과의 조용한 존재감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사진= 유슬미 D.D.S]


2024년 봄,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다. 수술 일정이 갑자기 미뤄지고, 응급실 연결이 지연되거나, “지금은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순간들이다. 그 시기에도 비교적 평소처럼 예약을 받고 문을 열었던 곳이 있었다. 바로 동네 치과였다.

2024년 2월 6일,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2월 20일부터 전국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여 명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공의는 대학병원 의료 인력의 약 40%를 차지하며, 입원 환자 관리, 처방, 검사, 시술 등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의 이탈은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전반의 운영 차질로 이어졌고, 국민들은 응급실 수용 지연, 진료 지연, 수술 연기 등의 불편을 겪어야 했다.

그렇다면 치과는 어땠을까. 한국의 치과 의료는 의과와 구조적으로 다르다. 대부분의 치과 진료는 동네 의원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치과의원은 대체로 원장인 치과의사 1인이 진료의 대부분을 직접 담당한다. 애초에 독립적인 1차 의료기관으로 작동해온 구조다. 법적·제도적 체계 또한 차이가 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은 주로 의사 면허를 중심으로 적용되어 왔고, 치과 영역에는 동일한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의과 전공의 집단 사직이 의료 공백으로 직결된 것과 달리, 치과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또한 치과 의료 전달체계는 본래부터 분산형이다. 지역사회 곳곳에 치과의원이 분포하고, 대형병원 의존도가 낮은 구조로 발전해왔다. 이 분산 구조는 평상시에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오히려 안정성을 지탱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치과는 필수의료가 아니지 않나”라는 인식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첫째, 치통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랑니 주변 감염이 악화되면 경부 봉와직염으로 확산될 수 있으며, 드물지만 적절한 치료가 지연될 경우 기도를 압박하는 응급 상황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둘째, 구강 건강은 전신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치주질환 관리가 전신 상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또한 큰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앞둔 환자에게는 감염 관리 차원에서 사전 치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셋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한국에서 치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치아 상실이나 통증은 단순한 저작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발음, 안모, 사회적 활동, 나아가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칠 경우 기능 회복이 어려워지고, 이는 전신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글은 특정 정책이나 집단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치과를 과도하게 미화하려는 의도도 아니다. 다만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차이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다르게 작동했는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의료 대란 2년이 남긴 질문은 분명하다.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떤 방식의 의료가 지역을 지탱할 수 있는가.”

올해부터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지역 중심 통합돌봄 체계가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치과는 방문 구강관리, 취약 노인 구강기능 유지, 요양시설 연계 진료 등 다양한 역할로 확장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과당 경쟁이나 폐업 과정에서 환자 불편 사례가 지적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많은 치과의원들이 지역사회 기반에서 꾸준히 진료를 이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거창한 선언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분명하다. 이러한 역할이 더 잘 보이고, 더 체계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이다.

국민 누구나 가까운 곳에서 신뢰할 수 있는 치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 그것이 위기를 지나 우리가 고민해야 할 다음 단계다.
 
◆유슬미 D.D.S.(Doctor of Dental Surgery)
서울대학교 치의학 전문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통합치의학 전문의
현 치과의사 겸 의료 전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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