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美 PCE 3.8% 충격…다시 시작된 글로벌 인플레

미국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발표한 4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도 3.3% 올라 물가 압력이 여전히 끈질기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PCE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 판단 때 중시하는 핵심 물가 지표다.


시장의 관심은 숫자 자체보다 흐름에 있다. 지난해까지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이 점차 진정되고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4월 지표는 그 기대가 성급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이란 충돌과 중동발 에너지 가격 상승, 관세 부담, 공급망 재편 비용이 겹치면서 미국 경제는 다시 고물가와 고금리의 긴 터널을 마주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슈퍼마켓 사진AP 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슈퍼마켓 [사진=AP 연합뉴스]



이번 물가 상승의 직접적 배경은 에너지 가격이다.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유가를 밀어 올렸고, 4월 에너지 가격 상승이 PCE 오름세를 주도했다. 휘발유와 기타 에너지 제품 가격이 전월 대비 5.5% 상승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에너지는 단순한 소비 품목이 아니다. 물류비와 제조원가, 서비스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경제의 혈압이다.


그러나 문제를 전쟁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미국 경제는 이미 구조적 물가 압력을 안고 있었다. 관세 정책은 수입 물가 부담을 키우고, AI 투자 붐은 전력·데이터센터·반도체·건설 수요를 동시에 자극하고 있다. 공급망을 중국 중심에서 벗겨내는 리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도 비용을 높인다. 과거의 저물가 세계화가 끝나고, 더 비싼 안보형 경제질서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월가가 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은 한때 연준의 금리 인하를 당연한 수순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나 물가가 다시 3%대 후반으로 올라서면서 금리 인하 기대는 크게 후퇴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현재의 기준금리 3.50~3.75%를 상당 기간 유지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 금리는 세계 경제의 기준 가격이다. 미국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달러는 강해지고, 신흥국 통화와 자본시장은 압박을 받는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신 폭도 좁아진다. 고환율은 수입 물가를 밀어 올리고, 에너지·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곧바로 생활물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한국은 가계부채와 자영업 부채 부담이 크다. 고금리가 길어지면 소비 여력은 줄고, 부동산 시장과 중소기업 금융 부담도 커진다. 원화 약세가 수출기업에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국민 전체로 보면 수입물가와 생활비 상승이라는 비용을 치러야 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재점화는 곧 한국 서민경제의 부담으로 연결된다.


역사는 인플레이션을 얕본 대가가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미국은 물가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닥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같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에너지 충격과 지정학 리스크가 물가 기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첫째, 금리 인하 기대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 둘째, 에너지 수입 구조와 비축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셋째, 취약계층의 물가 부담을 줄이되 재정 건전성을 흔들지 않는 정교한 지원이 필요하다. 넷째, AI·반도체·제조업 생산성을 높여 고비용 경제를 버틸 체력을 키워야 한다.


미국 PCE 3.8%는 단순한 해외 물가 지표가 아니다. 세계 경제가 다시 인플레이션의 그림자 앞에 섰다는 경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섣부른 낙관도, 과도한 공포도 아니다. 냉정한 판단과 선제적 대비다. 그것이 다시 시작된 글로벌 인플레이션 시대를 통과하는 기본이고 상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