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산업진단] 젠슨 황 방한, 피지컬 AI 동맹 시대

  • 구광모·최태원·정의선의 승부수, 그리고 AI 이후의 대한민국

19세기 산업혁명은 철강왕 카네기를 만들었고, 20세기 자동차 혁명은 포드와 도요타를 만들었다. 인터넷 혁명은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를 낳았다. 그리고 지금 세계는 또 하나의 산업혁명 한가운데 서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다.


29일 국내 증시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젠슨 황이 한국을 방문해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날 가능성이 거론되자 LG전자 주가가 급등했다. 아직 계약서가 체결된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발표된 것도 아니다. 단지 만남 자체가 시장을 움직였다.


과장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AI 시대의 현실은 그렇다.
 

오늘날 엔비디아는 단순한 반도체 회사가 아니다. AI 시대의 전력망이자 운영체제이고, 사실상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메타, 아마존은 물론 전 세계 수많은 AI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 위에서 움직인다. AI라는 자동차를 굴리는 엔진이 엔비디아라면, 젠슨 황은 그 엔진의 설계자다.


그래서 이번 방한은 단순한 기업인 방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이 AI 시대의 공급자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산업 질서를 만드는 주역으로 올라설 것인가를 가늠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앤비디아 대만본부 기공식에 참석한 젠슨 황 사진연합뉴스
앤비디아 대만본부 기공식에 참석한 젠슨 황 [사진=연합뉴스]


HBM을 넘어 피지컬 AI로


지난 2년간 한국과 엔비디아의 관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HBM(고대역폭메모리)이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올랐고, 삼성전자 역시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 사활을 걸었다.  최태원 회장과 젠슨 황의 만남이 화제가 된 것도 결국 HBM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재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이번 만남의 핵심 의제가 단순한 메모리 공급이 아니라 피지컬 AI(Physical AI)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피지컬 AI는 생성형 AI의 다음 단계다.

챗GPT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AI라면,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AI다. 자동차가 스스로 판단하고, 로봇이 물건을 옮기고, 공장이 스스로 생산을 최적화하는 시대를 말한다.


젠슨 황은 올해 들어 여러 차례 "AI의 다음 물결은 피지컬 AI"라고 강조해 왔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로봇과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스마트팩토리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드러난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다.

LG는 가전과 로봇, 스마트공장, 산업용 자동화 시스템을 동시에 갖고 있다.

네이버는 디지털 트윈과 AI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는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은 AI의 두뇌인 반도체와 AI의 몸인 제조업을 동시에 가진 몇 안 되는 나라다.

미국이 AI 소프트웨어에 강하다면 한국은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산업 기반이 강하다.


젠슨 황이 서울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진짜 경쟁자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다


이번 만남을 바라보며 한 가지 착각은 버려야 한다.

젠슨 황을 만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 역사에는 화려한 만남이 많았다. 그러나 모든 만남이 성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만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만들 것이냐다.



최근 중국 AI 기업들의 움직임은 의미심장하다.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의 10분의 1 수준 가격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성능에서는 다소 뒤질 수 있지만 가격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산업혁명의 역사를 보면 반드시 최고 기술이 승리한 것은 아니다.


IBM보다 PC를 잘 만든 기업이 있었고, 노키아보다 좋은 휴대전화를 만든 회사도 있었다.

그러나 시장은 결국 생태계를 장악한 기업의 편에 섰다.


AI 경쟁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이 최고 성능을 추구한다면 중국은 저비용 전략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은 어디에 서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반도체와 제조업을 결합한 피지컬 AI 강국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 자동차를 만들고 선박을 만들고 로봇을 만든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와 배터리도 갖고 있다.

AI가 현실 세계를 움직이는 단계로 진입할수록 한국의 강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AI 시대의 승자는 현실을 바꾸는 기업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산업혁명은 언제나 현실을 바꾼 기술이 승리했다.

증기기관은 공장을 바꿨고 전기는 도시를 바꿨다. 인터넷은 인간의 소통 방식을 바꿨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챗GPT의 답변에 놀라는 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지나갈 수 있다.

진짜 변화는 AI가 공장에 들어가고 자동차에 들어가고 병원에 들어가고 물류창고에 들어갈 때 시작된다.


그 순간 AI는 기술이 아니라 산업이 된다.

이번 젠슨 황의 방한은 바로 그 전환점을 상징한다.


최태원 회장에게는 AI 반도체 이후를 고민하는 자리다.

정의선 회장에게는 로봇과 모빌리티의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다.

구광모 회장에게는 LG의 제조 경쟁력을 AI와 연결하는 기회다.

이해진 의장에게는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을 찾는 무대다.


물론 아직은 기대가 현실보다 앞서 있을 수 있다.

회동이 성사된다고 해서 당장 수조 원 규모 계약이 체결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세계 산업의 무게중심은 지금 AI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AI의 무게중심은 생성형 AI에서 피지컬 AI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 만남은 단순한 기업인들의 식사가 아니다.


대한민국 제조업과 AI 산업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AI 시대의 승자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아니다.


기술을 현실로 연결하는 기업이다.

젠슨 황의 서울행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 AI 시대의 관람객이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산업혁명의 설계자가 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산업혁명은 늘 준비된 자의 편이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26_외국인걷기대회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