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프롭테크 3.0시대의 도시부동산 미래

 
최민성 델코리얼티 그룹 회장
최민성 델코리얼티 그룹 회장
 
부동산과 기술의 결합을 의미하는 ‘프롭테크(PropTech)’는 이제 단순한 앱 서비스를 넘어 우리 삶의 터전인 공간의 가치를 재정의하고 있다. 과거 ‘앱으로 집을 찾는 것’에 머물렀던 이 산업은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기술과 결합하며 자산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거대한 진화를 하고 있다.
 
프롭테크의 역사는 세 단계로 구분된다. 초기 프롭테크 1.0은 ‘정보의 디지털화’ 시기로, 검색 엔진과 웹을 통해 부동산 시장의 정보 비대칭 해소에 집중했다. 직방의 초기 모델이나 미국의 질로우(zillow)가 대표적인 사례로, 정적인 실물 자산에 정보를 입히는 단계였다. 프롭테크 2.0은 모바일 앱과 공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거래의 혁신’ 단계다. 에어비앤비나 위워크처럼 유휴 공간을 서비스화하면서, 부동산에 ‘유동성’을 부여했고, 비용 절감과 편의성을 증대시켰다. 현재의 프롭테크 3.0은 ‘가치의 재창조’ 단계다. 생성형 AI, 디지털 트윈, 토큰증권과 같은 기술이 결합되어 테크 기반의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 진화중이다. 이제 부동산은 지어진 건물을 넘어, 테크와 결합해 신규 수익을 창출하고 자산을 실시간 유동화하는 스마트 자산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프롭테크 미래는 데이터센터라는 물리적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생성형 AI 열풍 이후 데이터센터 투자액은 연평균 16.9%라는 경이로운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KSI).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전력망의 독립적 확보를 위해 소형원전(SMR)에 직접 투자하며 에너지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AI 혁신의 한계가 소프트웨어가 아닌 전력과 수자원 같은 ‘물리적 자원의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데이터센터를 국가 안보 시설로 지정했으며, 일본과 중국 또한 규제 완화를 통해 글로벌 데이터센터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은 아시아 데이터 허브로서 외산 자본과 토종 주권이 격돌하는 ‘영토 전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AWS, MS 등 외국계 기업이 압도적 자본력으로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와 KT 등 국내 기업들은 도시 밀착형 엣지 인프라와 소버린 AI를 무기로 데이터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AI 서버의 전력 밀도가 기존 대비 10배 이상 폭증하고 있지만, 송전망 구축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은 전라남도 등 비수도권으로 데이터센터를 분산하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통해 에너지 인텔리전스 경영을 촉진하고 있다.
 
프롭테크 3.0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지향점은 ‘가변적 공간’이다. 이는 시간과 수요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스스로 진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고층고·고하중 설계를 도입한 건물이 오전에는 오피스로, 점심에는 리테일로, 야간에는 도심 물류 거점으로 실시간 스케줄링되어 운영되는 방식이다. 실제로 주차건물에 데이터센터를 결합하면, 단순 운영 대비 자산 가치가 1.7배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을 살펴보자. 첫째, 부동산을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와 ‘데이터’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 ‘무엇을 짓는가’보다 ‘어떻게 지능적으로 운영할 것인가’가 자산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둘째, 에너지와 인프라 주권 확보가 필수적이다. 소버린 데이터 주권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외국산 클라우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클라우드 전환을 가속화하여 데이터 국외 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셋째, ‘그린 및 인텔리전트’로의 전환이다. 건물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관리하는 ‘넷제로’ 빌딩이 자산 가치의 기본 조건이 되며, 기술은 뒤로 숨고 사용자 경험만이 남는 지능형 도시가 경쟁력을 갖게 된다.
 
결국 프롭테크 3.0 시대의 승자는 고정된 공간에 데이터라는 생명력을 불어넣어 시간과 수요의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지휘자가 차지하게 될 것이다. 부동산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고, AI 도시라는 거대한 유기체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지능형 세포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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