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포용금융의 미래, 기술과 제도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효진 에잇퍼센트 대표
이효진 에잇퍼센트(8PERCENT) 대표

한국 주식시장이 전 세계 이목을 끌고 있다. 코스피는 연초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했고 하루 등락 폭도 예년 대비 두 배에 달한다. 기업의 가치가 오르고 국민이 주식 투자로 자산을 늘리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편감과 불안감도 따라온다. 모두가 환호하는 잔치에서 나만 뒤처진 것 같은 소외감, 매일의 노동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허무감이 그것이다. 게다가 언젠가 인공지능(AI)이 내 일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월급의 안정감을 언제까지 누릴 수 있을지 위태롭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가계 소득과 기업 이익이다. 기초체력 없이 오른 자산 가격은 결국 거품처럼 꺼지고 양극화만 키울 뿐이다. 가계 소득과 기업 이익이 함께 성장하도록, 그리고 기회가 공정하게 열리도록 돕는 것이 바로 포용금융과 생산적 금융의 역할이다. 지금이야말로 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이 점에서 정부의 '포용적 금융 대전환' 행보를 적극 환영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청년·취약계층·지방을 위한 현장 맞춤형 금융 지원 방안을, 4월에는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5월에는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을 출범시켜 신용평가·자금중개·인센티브 등 금융시스템 작동원리 자체를 재설계하겠다고 선언했다. 자영업자 사잇돌대출 신설, 햇살론 금리 인하, 미소금융 공급 두 배 확대, 사회연대경제조직 자금 4조3000억원 공급, 장기·과잉 추심 억제 등 정책의 줄기가 굵고 일관된다. 단순한 대증요법을 넘어 구조적 문제를 정조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온투금융) 산업은 처음부터 포용금융을 사명으로 삼고 태어났다. 지난 10여 년간 기존 금융권이 외면해 온 중저신용자, 영세 자영업자, 청년 자영업자의 자금 수요를 묵묵히 채워왔다. 그사이 업계는 5000억원에 가까운 벤처투자를 유치해 대안 신용평가 모델과 사용성이 뛰어난 자동화 플랫폼 개발에 투자했다. 길었던 기술 축적기를 거쳐 2024년 7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고 2025년 6월부터 저축은행이 온투금융의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중금리대출이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 역시 온투업의 역할을 명시적으로 인정했다. 4월에 발표한 중금리대출 활성화 방안에는 '저축은행 온투업 연계투자에 중금리대출 의무비율과 한도상의 인센티브를 동일하게 부여하여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중금리대출 공급을 확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첫 삽을 뜨기까지 시간은 길었지만 그만큼 준비된 산업이었기에 성과의 윤곽도 빠르게 잡혔다. 시장의 검증과 정책의 뒷받침이 맞물려 결실이 빠르게 나타난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온투업이 포용금융을 더 잘 실현하려면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우수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도 실제 자금의 연결로 이어지지 않으면 '이론적 검증'에 그친다. 올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업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온투업법은 2019년 국회를 통과한 이후 7년간 한 차례도 개정된 적이 없다. 그간 산업이 겪은 시행착오와 달라진 시장 환경을 반영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기관투자 관련 규제 완화, 자기계산투자 규제 완화, 투자자 보호 체계 정비 등 산업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가 마련돼야 정부의 '포용금융 대전환' 약속도 현장에서 완결될 수 있다.

더 멀리 보면 포용금융의 미래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 위에 펼쳐질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AI가 만드는 풍요 속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동의 형태와 라이프스타일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면 지금의 신용평가 모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정규직 월급과 부동산 보유를 기준으로 한 기존 방식은 긱워커·플랫폼 노동자·소규모 사업자와 같은 비정형 소득자들에게 충분히 적용되지 않는다. 신용평가 체계 재설계와 평가모형에 대한 연구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또 하나의 축은 웹3와 디지털 자산이 가져올 금융 인프라의 혁신이다. 머지않아 대출과 투자의 상당 부분은 디지털 자산 생태계 안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이루어질 것이다. 그 변화에 미리 대비해야 글로벌 유동성이 우리 실물경제로 흘러들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생산활동을 떠받칠 수 있다. 준비 없이 맞이하면 한국 경제는 디지털 자산 시대의 유동성에서 소외된 변방이 될 것이다.

포용금융은 기술과 제도, 어느 한쪽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 정부의 포용금융 대전환이 단발성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온투업 등 관련 산업의 제도 정비, 신용평가 체계의 재설계, 디지털 자산 시대를 향한 인프라 정비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그 길 위에서 온투금융이 작은 한 축의 역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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