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도 이자 못 갚는데…'대형 한계기업' 버티자 중소기업 '휘청'

  • 한은 경제연구원, 대형 한계기업·피해기업 연구

  • 한계기업 비중 1%p 늘면 정상기업 투자·고용↓

  • "산업별 특성 고려해 기업 구조조정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번 돈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덩치가 큰 대형 한계기업이 규모가 작은 주변 정상 중소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저해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계기업들이 정리되지 않고 시장에 남아 재무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어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15일 발표한 '큰 한계기업, 작은 피해기업: 행정전수자료를 활용한 혼잡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질수록 동일 산업 내 정상기업의 투자·고용 성장률은 0.14~0.18%포인트 낮아지고, 이는 2~3년 동안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은 5년 이상 관측된 기업 중 이자보상배율(ICR)이 3년 연속 1을 하회하는 기업을 뜻한다. 지난해 한계기업 비중은 40%에 육박하며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경제연구원이 국내 최초로 외부감사 및 비외부감사기업을 모두 포괄하는 행정전수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한계기업의 절대적인 수는 소규모 비외감기업이 더 많았다. 그러나 경제 전체의 총자산과 금융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덩치가 큰 외감 한계기업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2023년 기준 전체 기업 총자산 대비 외감 한계기업의 비중은 4.7%에 달한 반면, 비외감 한계기업의 비중은 2.3%에 불과했으며 장기간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다. 대형 한계기업들이 은행 대출이나 정부의 정책 자금을 우선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형 한계기업의 시장 잔존은 정상기업의 발목을 잡는 '혼잡효과'로 이어진다. 특히 자금 조달 여건이 취약하고 은행 차입이나 채권시장 접근이 제한적인 비외감기업 중 소규모 기업들이 이러한 대형 한계기업에 의한 피해를 가장 크게 받는 '작은 피해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혼잡효과는 수출 집중도가 낮고 내수 의존도가 높은 비제조업 분야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

이경태 한은 차장은 "한계기업 비중 상승으로 정상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결국 산업 전반의 총요소생산성(TFP)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인과적 연관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시장 경쟁력이 없는 한계기업을 약 25% 퇴출할 경우, 경제 전체적으로 총요소생산성(TFP)은 0.2%, 부가가치는 0.35% 증가하는 경제 구조조정의 긍정적 효과가 예측됐다. 다만 촘촘한 연쇄 거래관계로 인해 한계기업 퇴출 과정에서 정상기업의 약 0.3%가 부실화될 가능성도 상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등을 활용해 적시에 퇴출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자산과 금융부채 비중이 커 리스크가 높은 외감기업을 우선순위로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과거 조선·해운·건설업 등 특정 산업만을 콕 집어 타겟화했던 '핀셋형 구조조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차장은 "특정 산업만 타겟으로 삼으면 다른 산업에 있는 한계기업들이 묻혀 지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산업별 특성을 감안한 일관된 원칙을 수립해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재무 지표만 보고 퇴출하기보다, 연구개발(R&D)이나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한 투자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과 실제 경쟁력이 없는 한계기업을 명확히 구분하는 옥석 가리기가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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