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증시에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고 투자자금 조달금리도 오르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에 민감한 테크주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기도 한다.
18일 코스피는 이러한 예측과 전혀 다르게 움직였다. 금리 인상 우려를 AI 반도체 랠리 기대감이 상쇄하면서 '9천피 시대'에 본격 진입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매파적 기조에도 코스피는 장중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며 글로벌 증시가 흔들렸지만 인공지능(AI) 반도체 랠리를 중심으로 금리 부담을 압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99.60포인트(2.25%) 오른 9063.84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장보다 20.68포인트(0.23%) 상승한 8884.92로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확대했고 낮 12시 52분께 9000.68을 기록하며 장중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8000피'를 달성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코스피 상승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올해 1월 6일 장중 4500선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랠리에 시동을 건 이후 반년 만에 지수는 두 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올해 1월 22일 장중 5000선, 2월 25일 6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약 두 달 뒤인 5월 6일 7000선에 올라섰다. 이후 6거래일 만인 5월 15일 8000선을 넘어선 데 이어 이날 9000선까지 돌파하며 상승 탄력이 한층 강해지는 모습이다.
이번 9000선 돌파는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FOMC 결과를 정면으로 돌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간밤 열린 6월 FOMC에서 연준 위원들은 지난 3월 경제전망 점도표에서 연내 1회 금리 인하(중간값 3.4%)를 예상한다고 판단했지만 이번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연내 1회 인상(중간값 3.8%)을 예상한다고 견해를 바꿨다.
이에 따라 간밤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97%,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21% 내렸고,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1.34% 하락 마감했다. 국내 증시 역시 FOMC 충격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우려를 불식했다.
시장을 끌어올린 동력은 단연 AI 반도체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메모리 칩 공급 부족 가능성을 언급하며 투자심리가 자극된 가운데 이날 SK하이닉스가 차세대 AI 메모리인 고대역폭메모리(HBM) 7세대 제품 HBM4E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반도체 업종에 매수세가 집중됐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장중 260만원 선을 넘기며 또다시 신고가를 경신했고 삼성전자 역시 4%대 상승 폭을 보이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형 반도체, 정보기술(IT) 업종으로 수급이 집중되며 재차 쏠림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도 가세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53조3421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가 41조3846억원을 순매수한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날은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기대가 강하게 형성되면서 외국인들은 1조2000억원 넘게 '사자'에 나섰다.
투자자 관심은 이제 '만스피'로 향한다. 증권가에선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이익 성장세가 이어지고 하반기 실적 시즌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확인되면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유진투자증권은 코스피가 최대 1만400까지, 하나증권은 1만380까지, KB증권은 1만500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경민 연구원은 "본격적인 실적 시즌 돌입 시 실적 기대는 더 강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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