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환의 세상 돋보기] "축구 GOAT는 나"… 동시대 맞수 메시·호날두의 '황혼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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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레·마라도나 이어 누가 황제 자리 차지할까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이탈리아를 4대1로 누르고 1958년·1962년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줄리메 트로피’를 영구 소유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 주역은 축구황제 펠레였다. 월드컵 14경기에서 12골을 집어넣었다. 1962년, 1966년 심각한 부상을 입지 않았다면 더 많은 골을 넣었을 것이다. 1970년 월드컵을 끝으로 브라질 대표팀을 떠난 펠레의 당시 나이는 30세였고 그 이후 월드컵에는 선수로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26세의 아르헨티나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는 그야말로 혼자 장구 치고 북을 치는 엄청난 활약 끝에 조국에 두 번째 FIFA 우승컵을 안겨주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상대 선수를 걷어차 퇴장당했던 오명을 깨끗이 씻어냈다. 마라도나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지만 준우승에 머물렀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약물 파문으로 또 한 번 불명예스럽게 퇴장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 선수를 고르라고 하면 팬들은 단연 펠레와 마라도나를 떠올린다. 20년 간격으로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두 선수는 지금도 GOAT(Greatest Of All Time)라는 이름으로 기억된다.
 
메시 월드컵 통산 최다골 18골째·호날두 6개 대회 연속 득점포 행진

무대를 21세기로 돌려보자. 그렇다면 현세의 축구 GOAT는 누구일까.
현재 유럽 리그를 주름잡는 스타로는 킬리안 음바페, 해리 케인, 엘링 홀란 등이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여전히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둘은 2010년대부터 유럽 축구를 양분하며 발롱도르를 나눠 가졌고, 수많은 기록을 쏟아냈다. 공교롭게 둘은 지금 유럽을 떠나 각각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린 메시가 월드컵 우승 경력이 없는 호날두보다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두 영웅은 지금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여전히 축구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메시는 첫 경기 알제리전 해트트릭에 이어 오스트리아전 멀티 골을 기록하며 아르헨티나의 5득점을 홀로 책임졌다. 월드컵 통산 18골로 역대 최다 득점 기록도 갈아치웠다. 반면 호날두는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멀티 골을 터뜨리며 사상 최초로 월드컵 6개 대회 연속 득점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사실 메시와 호날두의 경쟁은 단순한 기록 싸움이 아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세계 축구는 사실상 두 사람의 시대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맞붙을 때마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시선이 집중됐다. 사람들은 어느 팀이 이길지보다 메시가 더 잘할지, 호날두가 더 빛날지를 궁금해했다.

메시는 예술가다. 공을 발에 붙인 채 수비수 사이를 미끄러지듯 통과한다.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드리블과 창의적인 패스는 상대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경기 자체를 지배하는 선수였다.

반면 호날두는 완성형 운동선수. 압도적인 점프력과 스피드, 양발 슈팅 능력, 헤더까지 모든 무기를 탑재했다. 타고난 재능도 뛰어났지만 누구보다 혹독하게 훈련하며 자신을 단련했다. 메시가 천재의 상징이라면 호날두는 노력 그 자체였다.

축구 팬들이 두 사람을 놓고 끝없는 논쟁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떤 이는 메시의 창의성과 경기 지배력을 높게 평가한다. 또 다른 이는 호날두의 꾸준함과 승부욕, 득점 생산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메시,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으로 사실상 ‘황제’ 반열

그러나 이제 논쟁은 조금씩 결론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메시는 이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우승으로 자신의 경력에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펠레와 마라도나의 후계자로 불렸던 그는 결국 월드컵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며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그리고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월드컵 통산 최다 득점 기록까지 세우며 자신의 이름을 역사 맨 위에 새겨 넣고 있다.

특히 감탄스러운 것은 그의 나이다. 39세의 메시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지도자나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시점에도 월드컵 무대를 지배하고 있다. 철저한 식단 관리와 개인 훈련, 코어 운동을 통해 기량을 유지하며 젊은 선수들보다 더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고 호날두의 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는 없다.
메시보다 두 살 많은 41세의 나이에 월드컵 본선 6개 대회 연속 득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다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일이다. 호날두는 늘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결과로 답해왔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1라운드 첫 경기 침묵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두 번째 경기에서 곧바로 두 골을 터뜨리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어쩌면 둘의 경쟁은 이미 승패를 넘어섰는지도 모른다.
펠레와 마라도나는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다. 그래서 팬들은 상상 속에서만 비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메시와 호날두는 같은 시대, 같은 무대에서 20년 가까이 경쟁했다. 축구 역사상 이런 라이벌 관계는 다시 나오기 어렵다.
 
호날두, 반전 결과 이룰지 관심… 팬들은 그저 행복

더 놀라운 것은 지금도 그 경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와 포르투갈이 결승 또는 결승 가는 길목에서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역사상 마지막 ‘신들의 전쟁’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두 선수 모두 여섯 번째 월드컵에 출전하고 있으며,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누가 더 위대한지 따지는 목소리보다 두 선수의 마지막 무대를 즐기려는 팬들이 더 많아졌다.

개인적으로 GOAT의 자리는 메시에게 조금 더 기울어 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우승과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은 그를 펠레와 마라도나의 반열, 아니 어쩌면 그 위에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것이 호날두의 위대함을 깎아내리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메시는 축구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줬고, 호날두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의 끝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천재와 노력가, 예술가와 전사, 두 전설은 서로를 통해 더 위대해졌다.

GOAT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지금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두 선수가 함께 뛰는 마지막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도 축구 팬들에게는 더없이 큰 축복이다. 누가 최고인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자. 다만 메시와 호날두, 두 영웅의 열정과 헌신 앞에서는 모두가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그들이 떠난 뒤에야 우리는 깨닫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특별한 시대였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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