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800조 반도체 시대, 다음은 피지컬AI다

정부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800조원, 충청권 첨단산업에 8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AI 시대를 대비한 국가 전략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 산업지도를 완성하려면 아직 한 조각이 부족하다. 바로 전북과 호남의 역할이다.

반도체는 AI의 두뇌다. 하지만 AI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반도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제 세계 산업은 AI가 공장과 물류, 농업, 건설, 자동차를 직접 움직이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공장 플랫폼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래의 경쟁은 AI를 얼마나 잘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AI를 현실 산업에 얼마나 잘 적용하느냐에서 결정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피지컬 AI 거점은 어디가 되어야 할까.

필자는 전북이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고 본다.

전북은 새만금이라는 거대한 산업용지를 갖고 있다. 여기에 자동차와 농기계, 식품산업 등 제조 기반과 농생명 산업 인프라가 집적돼 있다. AI를 실제 공장과 농업 현장에 적용하고 검증하는 테스트베드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조건이다. 수도권처럼 과밀하지도 않고, 새로운 산업을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하다.

특히 농업은 피지컬 AI가 가장 먼저 혁신을 일으킬 분야다. 자율주행 농기계, AI 수확로봇, 스마트팜, 드론 방제, 농업 데이터 플랫폼은 앞으로 농업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북이 보유한 농생명 연구기관과 새만금을 연계한다면 세계적인 AI 농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여기에 제조업용 협동로봇과 물류 자동화 기술까지 접목한다면 전북은 'AI가 실제 산업을 움직이는 현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여기에 재생에너지까지 더하면 경쟁력은 더욱 커진다.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공장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서해안 해상풍력과 새만금 재생에너지는 피지컬 AI 산업이 요구하는 친환경 전력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반도체 생산기지와 피지컬 AI 실증단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대한민국 AI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도 구축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반도체 중심의 산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는 시작일 뿐이다. 반도체가 AI의 두뇌라면 피지컬 AI는 대한민국 제조업의 손과 발이 된다. 이제는 '어디에서 반도체를 만들 것인가'를 넘어 '어디에서 AI가 실제 산업을 움직이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800조원 반도체 전략을 발표한 지금이 바로 그 답을 설계할 시점이다. 전북을 대한민국 최초의 피지컬 AI 실증도시이자 미래 제조혁명의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것이 지역균형발전이면서 동시에 대한민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이제 전북은 더 이상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제조혁명을 이끌 전략 거점으로 새롭게 정의돼야 한다.

결국 국가균형발전도 과거처럼 공공기관을 나누어 배치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미래 산업의 중심축을 지역에 세우는 것이 진정한 균형발전이다. 전북이 피지컬 AI의 수도로 성장할 때 대한민국의 AI 경쟁력 역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피지컬 AI 선도기술개발 사업 착수보고회에서 LG전자의 홈로봇 LG 클로이드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20260609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피지컬 AI 선도기술개발 사업 착수보고회'에서 LG전자의 홈로봇 'LG 클로이드'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2026.06.09[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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