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웅의 정문일침(頂門一鍼)] 운전자 안전 위협, '평택 청룡교차로' 진출입 구조 그대로 놔둘 텐가...

  • 진입 구간 속칭 '노즈갈매기' 축소해 본선 합류 위험

  • 주민들, 교통영향 재평가와 안전점검 구조변경 요구

  • 생명과 안전을 위해 '법대로' 라도 재검토 해야 당연

사진독자 제공
평택시 청룡교차로에서 국도 45호선으로 진입하는 차량들이 엉켜 황색 차선으로 진입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국가가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경제를 성장시키고 산업을 육성하며 복지를 확대하는 일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가치에 앞서야 하는 것은 사람의 생명을 우선하는 일이다. 따라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후순위에 두는 국정과 행정은 추진할 가치조차 없다.

지난 8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보다 더 중요한 국가의 책무는 없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국무회의에서도 재난과 안전 분야의 국가 책임을 거듭 강조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제시했다.

예산이 부족해서도, 행정절차가 복잡해서도 안전만큼은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을 보호하는 데 있으며, 모든 정책과 행정은 그 원칙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이 같은 국정 철학은 중앙정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행정을 수행하는 지방자치단체 역시 같은 기준 위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도로 하나를 설계하고, 교차로 구조를 변경하며, 차량 진출입을 허가하는 내용은 결국 시민의 생명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관할 행정기관 역시 허가서를 발급하는 것으로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 그 판단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끝까지 살피는 것이 공직의 본분이며 비로소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평택시 국도 45호선 청룡교차로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민원을 넘어 공공 안전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처음에는 연결금지구간을 축소해 기업의 진로를 열어주려 한다는 정도의 내용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논란은 단순히 몇 미터를 줄였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도로의 안전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지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청룡교차로는 하루 수만 대의 차량이 통행하고 화물차 비율도 대단히 많은 국도 45호선의 핵심 구간이다. 특히 본선과 연결로가 만나는 합류부는 고속으로 주행하는 차량과 저속으로 진입하는 차량이 동시에 만나는 대표적인 위험 구간이다. 이 때문에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당초 교통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해 본선과 진입 차량 사이에 이른바 '노즈 갈매기'라 불리는 완충구간을 설치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비관리청 공사를 거치며 이 완충구간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고,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차량이 오르막 연결로를 지나자마자 곧바로 본선으로 합류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수십 미터 차이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교통공학에서 합류부는 불과 몇 미터의 차이가 사고 위험을 크게 바꾸는 대표적인 구간으로 평가된다.

운전자는 속도를 맞추고 주변 차량을 살피며 진입 여부를 판단할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여유를 줄이면 판단도 급해지고, 급차선 변경과 급가속, 급제동이 반복된다. 대형 화물차와 승용차가 뒤섞여 달리는 도로에서는 그 몇 초의 차이가 추돌사고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의 '노면 색깔 유도선 설치·관리 매뉴얼'은 유도선이 도로의 기하구조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의 '교통노면표시 설치·관리 업무편람' 역시 규제와 지시가 서로 상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법령 위반 여부가 아니라, 실제 도로에서 운전자와 시민의 안전이 충분히 확보됐느냐에 있다.

평택시는 관련 법령과 내부 절차를 거쳐 허가했고, 비관리청 허가 기준에 따라 검토를 마쳤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행정기관으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절차가 아니라 결과다. 법적 기준을 충족했다는 말과 실제 안전하다는 말은 결코 같은 의미가 아니다.

더욱이 사전 협의 과정에서 경찰이 대형 차량의 빈번한 출입으로 교통사고 위험 증가가 우려된다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주민들 역시 교통영향 재평가와 관계기관 합동 안전점검을 요구하고 있다. 평택시는 이런 목소리를 민원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시민의 불안은 사고보다 먼저 나타나는 징후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있었다. 세종시에서도 회전교차로와 합류부 설계 문제로 사고 위험이 지적되자 구조를 다시 보완한 사례가 있었다. 결국 대부분의 지자체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설계를 다시 검토하거나 시설을 개선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인천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금산IC 진출입부에서 본선과 진출입 차량이 충돌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이를 줄이기 위해 중앙분리대를 조정하고 차로를 추가해 진입·진출 차량을 분리하는 개선안을 제시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도 사고가 잦은 교차로에서는 차로 재배치와 진입·진출부 구조 개선, 기하구조 변경 등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사업을 추진해 왔다. 안전은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 요인을 줄이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말이 있다. 양을 잃은 뒤 우리를 고친다는 뜻으로, 늦었더라도 바로잡으면 된다는 의미로 자주 쓰인다. 그러나 안전만큼은 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시설은 다시 만들 수 있어도 사람의 생명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의 보완은 책임을 줄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희생을 없었던 일로 만들지는 못한다.

이제는 전문가와 평택시, 평택경찰서, 도로관리 관계기관, 주민이 함께 참여해 객관적인 안전 검증을 다시 실시하는 일이다. 도로 구조와 가속차로 길이, 노면 유도선과 안전지대 표시까지 하나하나 다시 점검해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도로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공직자가 감당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사고가 발생한 뒤 뒤늦게 원인을 찾는 것보다 사고 자체를 막는 노력이 훨씬 값지고 책임 있는 일이다. 대통령이 강조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국정 철학도 결국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국가와 공직사회의 역할을 요구하는 데 있다.

평택시가 지금 선택해야 할 일은 기준을 충족했다는 답변인가, 아니면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까지 다시 살펴볼 것인가의 문제다. 허가했다고 해서 책임까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판단이 시민의 생명과 안전으로 이어지는지를 끝까지 살피는 것이 공직의 본분이다. 시민들은 최소 기준만 해석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공복으로서 생명과 안전을 가장 먼저 생각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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