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민관 합동 점검회의를 통해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를 광주 군 공항 일대로 확정하는 등 이른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비롯한 초대형 산업 단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 경쟁력 강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추진되는 거대 규모의 개발 소식은 우리 경제의 미래 동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필연적인 부작용이 있다. 들끓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 상황이 최악”이라며 “심상치 않게 움직이는 자산 가격 추이가 연말과 내년으로 갈수록 훨씬 더 도드라질 것"이라고 했다. “절박하게 해법을 찾아야 된다”고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요 압력을 억제하고 공급을 늘리는 ‘특단의 대책’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경제는 경상수지 흑자가 예년 대비 대폭 증가하고 상장회사 이익 역시 몇 배씩 급증하며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이 성과급과 세금으로 내놓은 막대한 유동성과 기업 성장의 과실은 '부동산'이라는 블랙홀로 몰려들고 있다.
대규모 산업 단지 개발 소식은 투기 심리를 자극한다. 호재가 있는 곳으로 자금이 쏠리고, 그것이 다시 주변 지역 집값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은 되풀이돼왔다. 이번에도 재연된다면 어렵게 살려낸 경제 회복의 불씨는 자산 버블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 경제의 목을 조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가격 폭등이 단순히 특정 자산을 가진 이들의 불로소득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며 소멸의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저저출산, 청년 세대의 절망, 양극화 심화 등의 근본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종착지에는 언제나 ‘주거 불안정’이 자리하고 있다.
치솟는 집값 앞에서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수십 년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무력감은 청년들로 하여금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부동산 가격 안정 실패는 결국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뿌리째 흔드는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조기 공급과 6만가구 규모의 수도권 택지 조성에 더해 장기 임대 주택 및 매입 임대 확대 등 층위별 대책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의 표현대로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라 ‘닥치고 지어야 하는’ 필사적인 공급 대책이 이행되어야 할 시점이다.
하지만 단순한 물량 밀어내기식 공급만으로는 부족하다. 개발 호재를 틈타 시장을 교란하는 투기 세력을 철저히 차단하는 강력한 규제와 시장 감시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메가 프로젝트 역시 부동산 투기 광풍에 가려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닌 민생을 파탄 낸 주범으로 변질될 우려마저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정책의 성패를 넘어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하고 미래 세대에게 최소한의 희망을 넘겨주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이번만큼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실행력이 필요하다.
자산 시장의 과열을 막고 민생의 안정을 이루어내지 못한다면 메가 프로젝트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현재 상황을 ‘절박한 위기’로 규정하고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사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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