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대한민국 외교의 다음 무대는 왜 몽골이어야 하는가

대한민국 외교의 지평이 넓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15년 만에 몽골을 국빈 방문한다. 이번 순방은 단순한 정상외교 일정을 넘어 한국 외교가 어디를 바라봐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다.

그동안 우리의 외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주변 4강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었다. 물론 지정학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국제질서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공급망 재편과 자원 안보, 에너지 전환, 북극항로 개척, 중앙아시아의 부상은 기존의 외교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도 시야를 대륙으로 넓혀야 한다. 그 출발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몽골이다.

겉으로 보면 몽골은 작은 나라다. 인구는 400만명이 채 되지 않고 시장 규모도 크지 않다. 하지만 국가의 가치는 인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지도 위에 몽골을 올려놓으면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자리한 몽골은 동북아와 중앙아시아,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한국이 북방경제를 다시 구상한다면 반드시 함께해야 할 국가다.

경제적 가치도 결코 작지 않다. 세계 각국이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 경쟁을 벌이면서 핵심광물 확보는 국가 안보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몽골은 구리와 희토류, 희소금속, 석탄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한 나라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 경쟁력을 갖췄지만 원자재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한다.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가진 나라와의 전략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자원 확보만을 목적으로 접근해서는 오래갈 수 없다. 과거 자원외교가 실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상대국의 발전보다 우리의 필요만 앞세우면 협력은 일회성 거래로 끝난다. 지속 가능한 협력은 함께 성장하는 구조에서 나온다.

몽골은 지금 산업 고도화와 도시 인프라 확충, 에너지 전환, 환경 개선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 스마트시티, 의료, 교육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갖고 있다. 단순히 자원을 사 오는 나라가 아니라 산업 발전을 함께 설계하는 동반자가 될 때 양국 관계는 훨씬 깊어질 수 있다.

특히 한국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전력망 구축과 변압기, 신재생에너지 설비, 철도와 도로, 건설장비, 의료기기, 스마트 농업, 식품 가공, 물류 시스템 등은 몽골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분야다. 대기업뿐 아니라 기술력을 갖춘 중견·중소기업에도 새로운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연결고리도 강해지고 있다. 국내에는 수만 명의 몽골인이 유학생과 근로자, 결혼이민자 등 다양한 형태로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양국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든든한 민간 외교관이다. 정부 간 협력이 일시적으로 흔들리더라도 사람 중심의 교류는 관계를 이어 주는 힘이 된다.

외교적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 몽골은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북한과도 대화 채널을 유지해 온 몇 안 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당장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긴장이 높아질 때 대화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은 충분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 외교는 눈에 띄는 성과보다 보이지 않는 신뢰의 축적이 더 중요할 때가 많다.

세계는 지금 경제와 외교를 따로 보지 않는다.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와 산업이 하나로 연결되는 시대다. 그런 점에서 몽골은 단순한 북방의 이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전략을 함께 그려갈 중요한 파트너다.

이번 국빈 방문이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동선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속 실행이다. 핵심광물 협력, 인프라 투자, 청년 교류, 과학기술 공동연구, 중소기업 진출 지원까지 구체적인 성과가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정상외교는 경제외교가 되고, 경제외교는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민국의 외교는 이제 바다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대륙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 그 첫 관문 가운데 하나가 몽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작은 시장을 보는 시각이 아니라 미래를 연결하는 전략적 안목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몽골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7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 탑승 전 환송객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몽골 국빈 방문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7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 탑승 전 환송객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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