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완의 India Insight] 인도 '바퀴벌레국민당(CJP)'이 던진 질문, 한국 청년은 안녕한가?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김찬완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인도 수도 한복판 잔타르 만타르(Jantar Mantar)에서 실업과 불공정에 지친 인도 청년들이 시험지 유출과 학생 자살 의혹에 대해 연방정부 교육부장관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전인도학생협회(AISA) 소속 학생 중 한명은 단식으로 상태가 위독해져 병원에 입원했다. 이들의 요구를 지지하기 위해 기후·교육 운동가 소남 왕축(Sonam Wangchuk)은 9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AISA 소속 학생 및 시민 등 20명이 왕축 씨와 함께 무기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모디 총리와 집권당 BJP는 이러한 인도 청년들의 시위에 침묵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반면 야당들은 물론 일부 농민 단체들까지 청년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있다. 인도 최남단 케랄라 주에서 연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왔다고 밝힌 인도공산당(CPI(M)) 소속 연방 상원의원 존 브리타스(John Brittas)는 이번 시위를 “젊은이들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한 전국적인 투쟁”이라고 언급하며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브리타스 의원은 반복되는 시험 부정 의혹을 언급하며, 연방 정부가 실시한 거의 모든 주요 시험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고 지적하고, 젊은이들이 민주적 권리와 공교육 수호를 위한 투쟁을 이끌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한 야당이 의회 안팎에서 이 문제를 계속해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유크타 키산 모르차(SKM)라는 농민 단체는 학생들의 시위에 전폭적인 연대를 표명하며 학생과 청년의 투쟁은 농민의 투쟁과 불가분하다고 강조하고, 정부가 프라단 장관의 사임을 확보하는 것부터 조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온라인 풍자를 거리의 저항으로 바꾼 청년들

이번 시위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인도 미래 세대의 목줄을 쥔 국가 의과대학 입학시험(NEET-UG) 및 국가 고시 시험지 유출 의혹이었다. 'NEET-UG(학부 과정 국가 자격 및 입학 시험)'로 알려진 이 시험은 인도에서 의학을 공부하기 위한 관문이자, 전국 의과대학 입학에 필수적인 절차이다. 지난 5월 3일, 인도 전역 5,000여 개 고사장에서 약 228만 명의 수험생이 이 시험에 응시했다. 하지만 시험 직후 시험지 유출 의혹이 제기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졌고, 한 주 내내 시위와 정치적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결국, 시험을 주관하는 연방 정부 산하 국립시험원(NTA)은 자체 조사 결과와 진행 중인 수사 내용을 토대로 재시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입학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시위가 지속되었다.

시험지 유출과 재시험 발표로 좌절하고 있는 학생들의 상처에 인도 사법부의 수장, 대법원장이 청년들은 비하하는 막말로 소금을 뿌리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5월 15일 수리야 칸트(Surya Kant) 인도 대법원장은 재판 과정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활동가들과 미취업 청년들을 향해 "사회에 기생하는 바퀴벌레 같은 존재들"이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던졌다. 헌법의 수호자이자 청년들의 고통을 헤아려야 할 사법부 수장의 입에서 나온 이 막말은 그동안 가슴속에 응어리를 안고 살아온 인도 청년들을 분노케 했다. 바로 다음 날 미국에 있던 인도인 디지털 전략가 아비지트 디프케(Abhijeet Dipke)는 X에 “만약 모든 바퀴벌레가 한데 모인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진후 구글 플렛폼을 이용 가상의 온라인 정당 ''바퀴벌레국민당(CJP, Cockroach Janta Party)''를 창당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인도국민당(BJP, Bharatiya Janta Party))을 패러디한 것이다. 창당 며칠 만에 CJP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2,2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집권 BJP(900만 명)의 팔로워를 한순간에 두 배 뛰어넘는 수치다. 이는 인도 청년층이 겪는 구조적 좌절과 분노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성난 인도 청년들은 CJP 디지털 밈(Meme)을 넘어 인도 민주주의와 저항의 성지(聖地)로 알려진 잔타르 만타르 뛰쳐 나왔다. CJP가 이끄는 수천 명의 청년들이 인도 국기와 책을 손에 들고, 얼굴에는 조잡하게 오려 만든 '바퀴벌레 가면'을 쓴 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온라인상의 장난 같은 밈(Meme)이 현실 정치 세력에게 경종을 울리는 실제 시위로 진화한 순간이다. 시험 부정 사태로 인해 청년들이 절망하고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잇따르자, 청년들은 정부의 중심지에서 목소리를 내야만 했다.

잔타르 만타르는 인도 민주주의와 저항의 성지(聖地)로 인식 될 정도로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잔타르 만타르는 원래 18세기 마하라자 자이 싱 2세가 건설한 천문대 유적지이지만, 오늘날 인도인들에게 합적적인 민주주의 해방구나 다름없다. 1993년 인도 정부가 안보 이유로 국회의사당 바로 앞(인디아 게이트 인근)에서의 시위를 금지한 이후, 잔타르 만타르는 뉴델리 중심부에서 합법적으로 집회와 시위를 열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지정 구역이 되었다. 이곳은 국회의사당, 총리 관저, 대법원, 주요 정부 부처가 불과 수 킬로미터 이내에 밀집해 있는 권력의 턱밑이라는 전략적 위치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도 현대사에서 정권을 뒤흔들었던 굵직한 시민운동은 모두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2011년 인도 정국을 뒤흔든 안나 하자의 반부패 단식 투쟁도 이 곳에서 시작되었다. 인도 여성 레슬링 국가대표 선수들의 체육계 성폭력 고발 시위, 모디 정부의 독점법에 맞선 농민들의 대규모 상경 투쟁 등 모두 잔타르 만타르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에서의 투쟁은 권력자들의 귀와 눈, 그리고 주요 언론사에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JP도 온라인상에서 벗어나 6월 6일 자신들의 첫 시위를 잔타르 만타르에서 시작했다. 이후 푸네 등을 순회하며 투쟁을 강행했으나 모디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자 기후·교육 운동가 소남 왕축(Sonam Wangchuk)과 함께 6월 28일부터 본격적으로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간 것이다.
 
부정부패와 실업에 좌절하는 인도-남아시아 청년들
 
결국 CJP 현상은 교육 부패에 대한 분노를 넘어 학교를 졸업해도 일한 곳을 찾지 못하는 사회경제적 모순에 대한 저항이다. 아짐 프렘지 대학(Azim Premji University)의 ‘2026년 인도 노동 현황(The State of Working India 2026)’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25세 이하 대졸자 실업률은 무려 40%에 육박한다. 취업에 성공한 경우라 해도, 첫해에 정규 급여직을 얻는 비율은 7%에 불과하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정부 산하 기획 기구인 '니티 아요그(Niti Aayog)'는 2031년까지 AI가 IT 및 고객 서비스 분야에서 300만 개에 육박하는 일자리를 없앨 수 있다고 추산하고 있다. 이미 이러한 추세는 현실화 되고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인도공과대학(IITs) 졸업생의 1/3이상이 미취업 상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인도 경제는 여전히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6%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의 과실은 청년 일자리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기록적인 폭염과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겹치면서 청년들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사회, 열심히 공부해도 시험지 유출로 기회를 박탈당하는 사회에서 청년들이 느낀 배신감은 기성 체제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 것이다.

이는 비단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방글라데시, 네팔 등 남아시아 전역에서 나타나는 청년층의 분노는 공통의 궤적을 그린다. 방글라데시의 학생들은 특혜 채용에 맞서 거리로 나섰고, 네팔의 청년들은 부패한 정치 구조에 분노했다. 청년들의 분노로 방글라데시와 네팔에서는 결국 정권이 무너졌다.

실업과 불공정에 지친 인도, 방글라데시, 네팔 청년들의 시위는 기성 정치, 경제, 사회제도에 대한 불신을 SNS에 기반한 조직으로 비폭력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MZ세대들이 분노한 것은 단순히 시험 때문이 아니다.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한 현실, 만연한 부정부패, 불공정한 기회구조, 높은 실업률 등 때문에 미래를 빼앗겼기 때문이다. 인도의 기성 정치가 분노하는 인도 청년들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는다면, 이미 방글라데시나 네팔에서 나타난 것처럼 다음 차례는 조롱을 넘어선 체제의 붕괴일지도 모른다.
 
한국이 읽어야 할 인도 청년들의 경고
 
인도 청년들이 요구하는 것은 특권이 아니다. 공정한 기회와 투명한 제도, 그리고 노력하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최소한의 믿음이다. 그것은 방글라데시와 네팔의 청년들이 거리에서 외쳤던 요구와도 다르지 않다. 한국 청년들이 바라는 것도 본질적으로 같다.

한국 정부는 반도체와 AI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다. 그러나 그 혜택이 일부 산업과 일부 계층에만 집중된다면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산업 육성과 함께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직업훈련, 지역 기반 창업 지원, 공정한 채용 시스템을 확대하는 '청년 기회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이를 단순한 해외시장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 인재를 함께 키우는 파트너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지 대학과 연계한 산학협력, AI·디지털 역량 교육, 청년 인턴십과 창업 지원 등은 단순한 사회공헌(CSR)을 넘어 장기적인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이기도 하다. 청년에게 미래를 제공하는 기업이 결국 미래 시장에서도 신뢰를 얻게 된다.

인도 뉴델리 거리의 '바퀴벌레 가면'은 조롱의 상징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를 잃어버렸다고 느끼는 청년들의 절박한 외침이다. 오늘의 인도와 남아시아에서 울려 퍼지는 그 목소리는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사회 역시 청년들이 다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와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김찬완 필진 주요 이력

▷인도 델리대학교 정치학 박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국제지역대학원 원장 ▷벵골만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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