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들어 국내 증시가 다시 변동성이라는 거센 파도를 만났다. 중동 상황이 다시 악화될 우려가 나오고,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지났다는 이른바 '피크아웃' 우려가 또 나오는 게 원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가 요동치는 중이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주요 기술주가 동반 하락하면서 투자심리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AI가 이끌던 증시 상승세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심리를 곧바로 추세적 하락으로 연결하는 것은 성급하다. 한국은행은 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전망이 여전히 상향 조정되고 있고, 정부의 자본시장 제도 개선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국내 증시가 추세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최근 주가 조정 역시 외국인의 차익실현과 반기 말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 수급 요인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의 펀더멘털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AI 투자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첨단 메모리 수요도 견조하다. AI 투자 사이클 역시 '끝났다'기보다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지난 2년 동안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미래 성장 기대를 선반영하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제 시장은 단순한 기대보다 실제 투자 성과와 수익성을 따져 묻기 시작했다. AI 산업이 성숙기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옥석 가리기다. 그렇기에 최근 주가 조정은 실적 악화보다 높아졌던 기대치가 일부 되돌려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최근 코스피는 숨 가쁘게 달려왔다. 기업 실적 개선도 있었지만 유동성과 정책 기대, AI 열풍이 맞물리며 주가가 실적보다 앞서간 측면도 적지 않았다. 코스피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작은 악재 하나만으로도 차익실현 욕구가 커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 이번 조정은 시장이 과열됐던 기대를 일부 되돌리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 증시를 '도박판'에 가깝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고, 실제로도 그런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극심한 '단타'(단기투자) 행태를 장기 투자로 유도할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7월 세재개편안 준비 과정에서 장기투자자에 대한 세액공제 같은 바안도 충분히 논의해봐도 될 일이다.
투자자 역시 단기 등락에 일희일비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변동성을 예측하려 하기보다 기업의 경쟁력과 장기 성장성을 기준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포에 팔고 반등에 뒤늦게 뛰어드는 투자 행태는 결국 손실만 키우기 쉽다.
주식시장은 늘 기대와 우려 사이를 오간다. 중요한 것은 막연한 공포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펀더멘털을 점검하고 시장의 구조적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일이다. 변동성은 피할 수 없지만, 흔들릴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시장과 투자자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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