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삼성전자 실적에도 '피크아웃' 우려 확산…"투자 심리와 수급 상황은 별개"

  • 美 재무부·모건스탠리, AI 투자 둔화 잇달아 경고

  • 2028년 이후 신규 팹 가동…"물리적 공급 한계 불가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 실적을 달성했지만 금융권을 중심으로 '반도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신규 팹 가동을 통한 실질적인 메모리 물량 확대가 2028년 이후에나 가시화되는 만큼, 메모리사 중심의 우호적인 수급 환경은 단기간 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냉정한 진단이다.

9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재무부 소속 분석가들은 최근 빅테크의 투자 수익성을 근거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과열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을 수신자로 한 해당 보고서는 AI 인프라 투자의 수익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반도체와 클라우드, 전력 산업 전반에 걸쳐 과거 닷컴버블보다 더 광범위한 충격이 올 수 있다고 짚었다.

앞서 6일 모건스탠리 역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감속이 현실화되면 메모리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 상향 흐름도 꺾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현재 메모리 업종의 실적 상향 폭이 역사적 고점에 도달해 있어 단기 모멘텀은 점차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2021년에도 이른바 '반도체 겨울론'을 제기하며 다운사이클(불황기)을 예견해 시장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지난 2024년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과잉을 이유로 SK하이닉스 목표가를 반토막 내 주가 급락을 촉발하는 등 주기적인 비관론을 내비쳤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자본 시장의 투자 심리 위축이 당장의 수요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의 월 65만~70만 장 규모 D램 웨이퍼 생산능력(CAPA)은 경쟁사를 압도하지만, 폭발적인 HBM과 서버용 고용량 D램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신공장인 청주 M15X 팹 가동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밀려드는 고객사 주문을 적기에 소화하기 버거운 실정이다.

이처럼 만성적인 물량 부족이 지속되자 엔비디아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자체 AI 칩의 연산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양대 메모리사와의 차세대 HBM 및 서버용 제품 공급 파트너십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발표한 신규 생산라인의 완공 시점과 장비 도입 시기 등 물리적 지표를 고려할 때 일각에서 우려하는 과잉 공급 현상은 당장 일어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건설 중인 평택캠퍼스 제4공장(P4)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 가동이 가능하다.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역시 내년 말에나 첫 가동을 앞두고 있다. 클린룸 건설부터 수율 안정화까지 걸리는 리드타임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준의 실질 공급량이 시장에 풀리는 시점은 2028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6세대 HBM(HBM4)부터는 파운드리 첨단 공정과 고난도 패키징 기술이 도입돼 양산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이 때문에 동일한 웨이퍼를 투입하더라도 실제 칩의 순수 생산량은 기존 범용 D램보다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설비 투자로 외형적인 생산능력이 늘어나더라도 첨단 메모리의 실질 공급량은 쉽게 증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거시경제 지표나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단기적 흔들림은 있을 수 있지만, AI 메모리 시장의 핵심은 기술적 병목과 물리적 공급 한계에 있다"면서 "선단공정 기술력과 양산 능력을 확보한 한국 기업들의 시장 영향력은 당분간 굳건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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