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한·나토 조달기본협정 협상 개시다.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 방산기업이 나토 공동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비 지출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고, 유럽 각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무기체계와 군수물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방산업계에는 일시적인 특수가 아니라 장기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은 이미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개별 국가와 맺는 수출 계약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토의 조달 체계에 진입해야 시장 규모와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방산 수출은 완제품 판매로 끝나지 않는다. 현지 생산과 정비, 부품 공급, 기술 협력으로 이어져 장기간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 정부가 조달협정 체결과 금융 지원, 후속 군수 체계까지 함께 챙겨야 하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군함 건조 협력의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한 것도 의미가 작지 않다. 미국은 해군력 증강이 시급하지만 조선소와 숙련 인력 부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인 선박 건조 기술과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분야다. 군함 건조 협력이 현실화하면 조선업과 방산업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새로운 한·미 산업동맹의 축이 될 수 있다.
몽골은 풍부한 광물 자원과 넓은 국토를 가진 국가다. 한국은 정제와 가공, 제조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자원 개발과 운송, 정제, 소재 생산을 연결하면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협력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울란바타르와 하르허롬을 잇는 고속철도망, 철도교통 관제센터 구축 등 인프라 협력도 이러한 자원 협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상회담의 합의만으로 방산 수출과 광물 공급망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나토 조달시장에는 기술 기준과 보안 요건, 현지 생산 조건 등 높은 장벽이 있다. 몽골의 광물 역시 개발과 운송, 정제 과정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CEPA의 조속한 발효와 함께 정부·기업·금융기관이 참여하는 실행 체계를 갖춰야 한다.
외교의 성과는 공동선언문의 문장보다 실제 계약과 투자, 공급망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순방에서 확보한 방산과 핵심광물 협력의 기회를 일회성 성과로 끝내서는 안 된다. 방산은 수출산업으로, 핵심광물은 첨단산업의 기반으로 키워야 한다. 두 분야를 대한민국 외교의 새로운 자산으로 축적하는 일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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